▲ 6월항쟁 당시 대규모 시위와 시민대토론회가 열렸던 지하상가 사거리, 시민대토론회에서는 지하상가 사거리를 민주광장으로 부르자는 결의가 있었다.

1987년 6월 10일 강원감영 앞에서 200여 명의 시위대가 최루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하는 전경들과 맞섰다. 시위대와 전경은 감영 옆 수정탕 골목에서 투석전과 최루탄으로 맞섰다. 이 시위에서 연세대 학생 신동선의 신호에 따라 1조, 2조, 3조로 나누어 조별로 50여 명씩 일제히 돌을 던지고 뒤로 빠졌다.

이날 시위를 이끌던 신동선의 어머니가 현장에 와서 아들을 부여잡고 울먹이며 말렸지만, 아들은 절규하듯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리치면서 뿌리쳤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을 부모를 통해 시위대에서 떼어내려 했던 모습, 1980년대 대학가 시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결속은 오히려 강해졌다.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던 시위대는 감영 뒤로 빠져 남산을 거쳐 남부시장 일대의 시위대와 합류해서 "호헌철폐,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6월 18일 '최루탄 추방의 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오후3시 연세대 의대 앞에서 대중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연세대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로 내려와 오후5시30분 무렵 부학생회장 박학천의 호루라기 신호로 "와!"라는 함성과 함께 농협 사거리 도로를 점령하고 시위에 돌입했다. 곧바로 전경들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최루탄에 맞서 시위대는 농협중앙회 앞 도로에서 팔짱을 끼고 누웠다. 누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사복경찰들이 달려들었다. 최루탄을 쏘고 달려드는 백골단을 향해 "쏘지 마!", "비폭력!"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응했다.

전경과 백골단 진압 맞선 시위대 3천 명까지 증가
성당 내 최루탄 발사 항의 경찰서장 사과 이끌어내

▲ 6월항쟁 당시 치열한 시위가 전개됐던 남부시장 일대.

이런 상황에도 시위대는 계속 증가해서 3천 명에 이르렀다. 물리적 힘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 없었던 전경들은 거리에서 철수해서 관공서, 방송국, 민정당사 앞에 분산 배치되었다. 300여 명의 시위대는 경찰의 제지 없이 시내 곳곳을 행진하면서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다.

6월 23일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연세대 학생 200여 명이 남부시장을 지나 원동성당을 지나가던 중 전경들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자 원동성당으로 피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최루탄을 성당 마당과 본당 진입로를 향해 쏘았다.

시위대는 '우리는 왜 원동성당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옥외 방송을 실시하며 농성을 이어나갔다. 성당 내 최루탄 발사에 항의하는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이 KBS 방송국 앞까지 진출해서 연좌시위를 계속해 원주경찰서장의 공개 사과를 끌어냈다.

6월 24일 천주교 원주교구 소속 신부, 수녀, 신자들과 영강교회 목사, 신자들이 미사와 기도회를 마치고 거리 행진을 했다. 천주교 신자들이 중심이 되어 특별 미사를 드리고 원동성당에서 남부시장, 중앙로, 원인동 로터리를 거쳐 원동 성당으로 돌아오는 거리 시위가 진행되었다.

영강교회에서는 수요예배를 마치고 500여 명이 거리 시위에 나서 가로막는 전경대 앞에서 구호와 통성 기도를 하며 맞서 원주의료원에서 옛 원주여고 앞을 지나 남부시장 앞까지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 글은 6월 항쟁 당시 참여했던 김기봉, 함영기, 곽대순, 유창목, 성락윤 등 여러 분의 기록, 사진, 증언 등을 참고해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