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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답사, 펜데믹 시기의 슬기로운 방학 생활

도시 정체성을 간직한 문화재는 도시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요체… 지역 역사와 전통문화 알 수 있는 문화재 답사 추천 박종수 전 원주역사박물관장l승인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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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시작된 펜데믹 현상이 2년째 계속되고 있어 방학에 대한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정해진 규칙에 순응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방학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번 방학에 무얼 할까? 방학이 시작되면 학생들의 기대가 크지만 코로나 19로 정상적인 사회적 기능이 어려운 시기에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방학은 또 다른 고민일 수도 있다. 박물관이나 학원 등에서 기획했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학생들과 부모님이 함께 펜데믹을 극복하는 슬기로운 방학을 위하여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알 수 있는 문화재 답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재는 도시의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도시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도심 속 문화재 답사를 소개한다. 원주의 구도심인 중앙동은 고려와 조선 시대부터 형성된 역사 깊은 곳이다. 신라의 작은 서울로 기능했던 북원소경의 치소를 중앙동 일원으로 비정 한다면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강원감영은 조선왕조가 세워지면서 500년 동안 지방행정의 중심기능을 수행한 곳으로 관찰사의 집무영역인 선화당과 포정루 내아가 남아 있어 8도 감영중 가장 원형이 잘 남아 있는 곳이다. 선화당 후원 권역은 네모꼴의 연못에 세 개의 섬을 만들어 영주관, 봉래각, 채약오라는 이름의 정자를 지었다. 감영 남쪽 옛 원주목 관아 터 부근에 지어진 원동성당도 볼만하다.

 원래 성당은 동쪽으로 출입문을 두고 붉은 벽돌로 지었는데 한국전쟁 때 포격으로 무너졌다. 지금 성당은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지은 것인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전환점이 된 원주선언의 산실이기도 하다. 성당 앞에 있는 한국 최초의 가톨릭센터도 눈여겨 볼 만하다.

 평원로에 있는 아카데미 극장과 원주 최초의 호텔인 금성호텔은 한국전쟁 후 도시가 재건되면서 세워진 근대건축물이다. 도로 이면에 남아 있는 작고 오래된 건물들도 볼만하다. 물론 문화재로 등록된 조선식산은행 건물과 기독병원 내에 있는 선교사 사택도 도심 속 문화재 답사에서 뺄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는 도심 속 문화재 답사는 저녁 식사 후 산책 삼아 틈나는 대로 다녀오길 권한다. 원주 도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어른을 모시고 도시탐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 강원감영

 두 번째 답사는 원주에 남아 있는 고려의 흔적 찾기다. 원주는 어느 도시보다 고려와 인연이 깊다. 신라의 왕자로 태어나 버려진 궁예가 운이 다한 신라를 대신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큰 뜻을 품고 출정한 곳이 치악산 남쪽 석남사(石南寺) 였고,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이 폐위되어 유배된 곳도 원주이다.

 불교국가인 고려 시대에 크게 번창한 거돈사와 법천사, 흥법사는 고려 왕실에서 정성을 다해 불사를 일으킨 사찰로 화려했던 불교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려전기에 크게 융성했던 원주의 고려 사원 세 곳은 남한강과 섬강을 끼고 있는 강변사원(江寺)으로 흥원창의 경제력을 토대로 번창했다. 거돈사는 절터가 가지고 있는 폐허의 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넓지 않은 산지를 석축을 쌓아 조성한 대지 위에 석탑과 건물을 세웠는데, 절터 앞에 쌓은 석축과 부처님을 모신 금당의 기단은 고려 건축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석축에 뿌리내리고 거돈사의 흥망을 지켜보았을 천년 느티나무 그늘에서 불타기 전 거돈사의 모습과 스님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법천사는 원주가 고향이고 고려 전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고승 지광국사가 하산하여 입적한 곳으로 스님의 승탑인 국보 제101호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과 국보 제59호 지광국사 현묘탑비가 세워진 사원이다. 법천사지는 남한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사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절터로 2001년부터 시작된 발굴조사로 부처를 모셨던 금당터와 스님들이 수행공간인 강당터를 비롯한 수십 동의 건물군을 찾았고, 금당 앞에는 2기의 석탑을 세우고 석탑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공양하는 모습의 석조보살이 배치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흥법사는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인 진공대사 충담 스님이 입적 한 사원이다. 법천사와 거돈사에 비하면 아직 정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지만 절터에 남아 있는 석축과 삼층석탑 진공대사탑비의 머릿돌에 새겨진 용들과 받침돌인 거북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문화재 답사시에는 주의도 필요하다. 쾌적한 실내 생활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날씨는 야외 활동이 쉽지 않은 시기이다. 건강한 답사를 위해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모자와 긴 팔 셔츠를 착용하고 충분한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도시에 있는 문화재와 달리 절터는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이어서 뱀과 곤충을 만날 수도 있다. 운동화와 긴바지를 입고 모기 기피제를 준비하고 어른이 앞장서 인도한다면 뱀과 독충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수 전 원주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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