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주농협 벼 건조저장시설(DSC)

일부 도정·저장시설 노후로 신규 시설 도입 필수
시설비만 30억~80억 원…부지 매입 시 120억 원
소규모 농협, 부담 막중…운영비용 지원도 관건 

지역농협마다 별도로 운영하는 미곡처리장(RPC)과 벼 건조저장시설(DSC)을 통합하려면 100억 원 상당의 신규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친환경농업종합센터에서 열린 원주시 RPC·DSC 통합 용역 중간보고회 결과 이같이 나타난 것. 지역농협들이 이를 대승적으로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원주에서 '토토미' 브랜드를 사용하는 지역농협은 6곳이다. 문막농협에선 '문막농협 원주쌀 토토미'를, 남원주·소초·신림·원주·판부농협은 명칭 그대로 '원주쌀 토토미'를 사용한다. 그런데 각 농협마다 쌀을 개별 유통하다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토토미(10㎏·일반)인데도 A마트에서는 6만5천 원에 판매되고, 다른 곳에서는 7만2천900원에 사야 하는 것. 다른 지역의 브랜드 쌀과 경쟁하려면 유통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원주는 아직 그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다.

각 농협이 운영하는 벼 도정시설(RPC)이나 저장시설(DSC)의 현대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관내 지역농협들은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도 시설 보강에만 매년 10억 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23년부터 통합 RPC에만 현대화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RPC·DSC 통합을 추진하지 않으면 각 농협이 부담해야 할 시설·운영비가 현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주 6개 지역농협은 RPC·DSC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조합공동법인을 만들어 고품질 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것. 올해 초부터 각 농협이 운영하는 도정·저장시설에 대한 가치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조합공동법인을 설립했을 때 현 시설의 활용 여부나 현물 출자 비율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9일 보고회에서 용역수행업체인 지역농업네트워크는 "문막농협 RPC와 소초농협 DSC는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고품질 쌀 유통을 위한 신규시설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평균 쌀 유통량을 고려하면 시간당 5톤 규모의 도정 라인이 필요하다"며 "용지 매입을 제외한 대략적인 사업비는 30억 원에서 80억 원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출자 규모·원주시 지원 여부 관건

▲ 문막농협 미곡처리장(RPC)

조합공동법인을 설립하려면 각 농협이 운영하는 벼 도정시설이나 건조저장시설은 현물 출자되어야 한다. 시설 소유주가 각 지역농협에서 조합공동법인으로 전환돼야 하는 것. 나머지 농협은 이에 상응하는 현금을 출자해야 통합 RPC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각 농협이 짊어져야 할 출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중간용역보고회에서 나온 신규 미곡처리장 건립 비용은 최대 80억 원. 이도 문막농협이 현 미곡처리장 부지를 조합공동법인에 출자하는 조건에서 나온 금액이다. 다른 지역 용지를 매입해 미곡처리장을 지을 땐 최대 120억 원가량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농정지원단 관계자는 "전체 사업비를 100억 원으로 잡고 정부와 원주시가 사업비 절반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각 농협의 부담분이 클 수밖에 없다"며 "현금 출자비용이 최소 5억 원 이상이 나올 텐데 작은 농협들이 이를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여부도 사업 추진을 좌지우지하는 중요 요소이다. 공동법인 설립 후 일정 기간 투자 대비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 때문에 법인 설립 후 당분간은 정부나 원주시가 수매가 차액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원주시가 이를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말 그대로 시민 세금으로 사기업을 도와주는 것이어서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 올해 초 원주시 관계자는 "RPC 통합은 꼭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직접적인 현금 지원은 법적 근거가 미비해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원주시가 과거보다도 RPC·DSC 통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 RPC에만 시설 지원을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까지는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것. 원주시 관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만큼 지역농협과 통합에 대한 논의를 속도있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