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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건조비 삭감에 대한 단상

단돈 2천 원이 아쉬워서 이러는 것 아냐. 원주시는 농업인 절박함을 이해해야… 최지만(가명)l승인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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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시농업기술센터 앞에는 농업인 단체가 내건 현수막이 있다. 코로나 시국에 농민들 생계가 어려운데 원주시가 벼 건조비 지원을 그만두었다는 내용이다. 이곳 말고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관련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죽했으면 원주시 코앞에서 저렇게까지 할까.

 원주시가 벼 건조비 지원 사업을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당시는 쌀값이 폭락하고 호저농산이 폐업 직전에 다다랐던 시기였다. 대량으로 벼를 수매하던 곳이 없어질 판이니 농민들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주시는 농업인 지원 차원에서 벼 건조비 지원을 추진했다. 

 사실, 원주시가 농업인들을 딱히 여겨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벼를 받는 곳이 없어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민들은 시청 앞에서 장기 집회를 계획했다. 창고에 켜켜이 쌓인 벼를 불살라 어려운 농업 현실을 알려주고자 했다. 어떤 사람은 원주시에 쌀값 폭락 대책을 마련하라고 전화를 수십 차례 걸기도 했다.

 농업인들의 절박함을 공무원들도 한번 느껴보라는 취지였다. 원주시는 그제야 40㎏ 1포당 2천 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며 농업인들을 달랬다. 

 그런데 올해는 사업 자체를 폐지했다. 농민이 어려울 때 어르고 달래던 공무원들은 '이제는 그만큼 했으면 됐다'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오히려 "올해는 농업인수당이 나오고, 공익직불제도 시행되니 더 많은 돈을 받지 않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원주시가 우리 농업인들을 '보조금이나 구걸하는 거지'로 대하는 것 같아 속이 부글댔다.

 생각해보면 원주시는 이런 식으로 농업인들을 대해왔다. 2010년 원창묵 시장은 표를 얻기 위해 농업인 예산 10%를 약속했다. 이후 세 번이나 선거에 당선됐지만 이 공약이 제대로 실현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농업인수당 문제도 그렇다. 다른 시군에선 자발적으로 나서 농민수당 지급을 거론했다.

 그러나 원주시는 코로나 핑계를 대며 강원도가 하는 사업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주시가 지역 농업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농업인들이 단돈 2천 원이 아쉬워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원주시가 농업인들의 상황을 좀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농촌엔 사람이 없어 이 뜨거운 뙤약볕에 칠십 팔십 먹은 노인들이 들녘을 헤집고 있다. 그나마도 몇 년 후면 이들마저도 농업에서 손을 뗀다.

 농업 농촌을 살리려 원주시가 당장 팔을 걷어붙여도 모자란 시점이다. 있는 사업마저 없애 버리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일부는 농업을 '천년지대계'(千年之大計)라 부른다. 원주시는 왜 이들이 이렇게 떠드는지 헤아려야 한다.  


최지만(가명)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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