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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도 엄청난데 철조망이라니…

공단 울타리를 따라 천막 설치하고, 그 안에 군사용 철조망을 둘러쳐…한 편의 잘 짜인 군사작전을 보는 듯 하다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 지부장l승인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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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초유의 단식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중단하라는 사용자의 단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엄청난 일이었다. 지난 6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기습적인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이야 하는 이의 자유지만 그 요구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막아보자고 곡기를 끊다니 무모한 결기다. 그리고 대화하자 했고, 노조는 응했다. 

 여러 차례 진행된 대화에서 공단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의지를 회피했다. 지금 상황에서 사태 해결의 열쇠와 권한을 쥐고 있는 측은 전적으로 공단과 이사장이다. 단식을 결심할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얼마든지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공단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노조의 재파업에 대비해 회사는 전세버스를 이용해 공단 출입구 앞을 막는다. 경찰이 시위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우는 버스 차벽과 같았다. 광장은 렌트한 승용차량을 빼곡히 세워 출입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후문에는 직원들을 동원해 인간방패를 세웠다. 공단 울타리를 따라 천막 여러 동을 설치하고 마침내 그 안에 군사용 철조망을 둘러친 것이다. 한 편의 잘 짜인 군사 작전을 보는 듯하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불현듯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해 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대통령의 마지막이 차벽과 구사대, 철조망으로 끝나는 것을 우리는 보고 말았다. 2021년 대한민국의 서글픈 모습이다.

 여기서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 다시 한번 짚어 보자. 건강보험공단은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국민의 모든 개인정보가 수집되어 있다. 그것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다. 이미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빼내 범죄에 사용한 예가 있다. 그 유명한 n번방 사건이다. 

 n번방 공범 중엔 공익근무요원들도 있었고 이들은 주민센터 등에서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해 범죄에 가담했다. 이런 위험에 건강보험공단도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민간업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단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공공성과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길이다. 

 덧붙여,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를 하고 있다. 실적과 경쟁 중심의 민간위탁 체계에서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상담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다보니 그에 따른 민원인들의 불만과 짜증은 고스란히 상담사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돌봄휴가 및 연차휴가 사용통제, 생리휴가 사용 불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이익 등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이다. 이런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노동자들의 삶과 행복,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다. 폭력을 동원해 정당한 파업을 파괴했던 많은 사용자들의 최후가 어떠했는가? 차벽, 구사대, 철조망,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이라 떳떳이 주장하려면. 먼저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인권을 수호하는 공공기관의 첫 걸음 아니 새로운 걸음이 될 것이다.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 지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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