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중 이동준 과학교사는 20년 간 과학자료 웹 시뮬레이션을 직접 만들어왔다. 개인적인 시간과 돈을 투자해 만든 자료들은 학생들의 수업 이해를 돕고, 동료 교사들에게는 유용한 학습 자료가 됐다. 최근 코로나19로 해외에서도 그의 자료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분야에서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다.

이 교사가 교직생활을 시작했던 1996년 당시에는 다양한 과학교구가 없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이론을 교사의 설명과 흑백 교과서 속 도표를 통해서만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궤도의 큰 종이를 넘기면서 수업하던 시절은 사진자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과학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고민하던 이 교사는 대학시절 열성적으로 배웠던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휘해 웹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대학생임에도 취미 삼아 시작한 프로그래밍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교직과 IT 업계 취업을 놓고 고민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가 첫 발령받은 학교 교무실은 60여 명의 교사가 1대의 PC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당시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전공자가 드물었기에 관련 교육 자료도 전무했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하나 둘 만들면서 과학교사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자 1998년부터는 제작한 자료들을 다른 동료 교사들과 공유했다. 

과학창의재단 사이트에 본격적으로 공개하면서 동료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3D로 구현한 시뮬레이션은 과학이론을 설명하기에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는 '자바실험실'이라는 개인 서버를 구축해 꾸준히 자료를 올리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간 직접 기획하고 만든 500여 개의 게시물이 담겼다. 국내 중학 교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련 자료를 사용하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5년 전부터는 영어와 일어로 번역한 자료를 함께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 교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찾는 방문객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웹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수업을 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과 미국 등 북미권의 수요가 가장 많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약 130개국이 이 교사의 사이트를 찾는다. 사이트에 달린 댓글만 보아도 영문 댓글이 절반가량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교사는  퇴근 후 매일 서버를 점검하고 댓글이나 교사연구회 등에서 제안한 피드백을 자료 업데이트에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개인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작업에 대가가 주어지진 않는다. 이 교사는 "수업에 필요해서 시작한 일인데 동료 교사들이 유용하게 써 줄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내가 품을 들여 만든 노력으로 학생들과 교사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그가 웹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한 자료를 만드는 공급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 교사와 2명의 교사들이 각자 만든 자료를 공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대만과 미국에서 소수의 교사나 학자들이 만든 자료들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자료의 경우, 고등 교육 수준에 맞춘 심화 자료다 보니 중학교 교사들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과 내용에 맞춘 이 교사의 자료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 교사는 "과학 자료의 경우, 수익사업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나서서 만들려는 사람이 없다"며 "때문에 나라도 꾸준히 만들어서 교사들의 수업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혼자 기획부터 프로그래밍까지 하는 일이 벅찰 때도 있다. 각 분야별 전문가가 갖춰져 꾸준히 자료들을 생산한다면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는 것. 

20여 년간 매일 새로운 과학 자료를 연구해온 그의 공로는 지난 5월 16일 스승의 날을 맞아 열린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그는 "20년 간의 노력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교육 현장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최근 영화나 게임 등에서 사용되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익숙한 학생들이 그가 만든 자료에 크게 감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속상할 때도 있다는 이 교사. 하지만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기 위해 날마다 연구하는 일이 즐겁다는 그에게서 진정한 스승의 마음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