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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역의 품격

인천공항이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펼쳐지는 향연의 장소인 것처럼 무실동 원주역도 원주가 소중하게 여기는 콘텐츠로 수놓아져야 품격 높아질 것 구문모 한라대학교 광고영상미디어학과 교수l승인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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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은 서울로 가는 KTX를 이용하기 위해 원주역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 소란스런 목소리가 있어 보니, 어떤 두 명의 승객이 연신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보라는 투로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그분들에게 뭣 때문에 그러는지 물어봤다.

 말은 즉, 멀쩡하게 잘 있던 (구)원주역을 왜 이리로 옮겨 놔서 원주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마치 그분들은 내 입장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동의를 구하는 눈치였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사람에게 주로 사용되는 품격이란 단어를 도시에 쓰곤 한다. 요즘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신들의 도시를 품격 있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런저런 사업을 하고 있다. 원주역이 품격을 갖춘 장소라면 그분들이 혹시 만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도시나 장소에 품격이란 말이 붙으면 우선 이미지나 물질적인 외형적인 것들을 떠오른다. 하지만, 품격은 그 이상의 어떤 내면적인 것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어떤 장소의 품격은 기반시설이나 제도적인 뒷받침을 넘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가치관도 아우른다.

 만일 우리가 수준 높은 원주역의 품격을 원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외형으로만 볼 때, 지금의 원주역은 학성동의 (구)원주역과 큰 차이를 보인다. 번듯한 외관과 또 역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앞에 치악산과 사슴의 상징물이 놓여 있다. 정문 근처에 서 있는 작은 안내문은 원주역의 역사를 잠시 알려준다.

 그런가 하면 역 내부에는 원주의 상징 나무인 은행나무의 인테리어가 천정과 바닥에 잘 디자인 되어 있고, 관광안내소도 배치되어 있다. 깔끔한 것으로 보면 학성동의 역과는 대조를 보인다. 나름대로 지금의 원주역은 현대 도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도 왜 그 원주 시민들은 왜 마음이 편치 않았을까? 만일 현재의 원주역이 그동안 자신들이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자신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표현한 것이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자신들을 위로하고 자존감을 세워주기도 하며 후손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들...

 인천공항은 수년간 세계인이 주목하는 품격 있는 공항으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세계인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관문이기에 각종 편의시설은 기본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펼쳐지고 있는 향연의 장소이다.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에 한국이 어떤 곳인지를 알기 쉽게 그리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공항 내부에서는 종종 공연이 펼쳐지고, 비록 디지털이지만, 수준 높은 문화예술이 있고,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들을 현장감 있게 알려준다. 단순한 광고나 홍보 판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눈여겨 볼만하며 우리가 자랑할 만한 콘텐츠이다.

 요새 몇 년간 원주시에는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되고 있다. 관광명소를 내세우며 출렁다리가 만들어진 간현 유원지나 건강도시에 걸맞게 치악산 걷기 길도 잘 구비되었다. 정부의 문화도시 사업 역시 다른 어느 도시보다 원주시가 일찍 선정되어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로도 원주시가 선정되어 타 지방자치단체들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들이 소재하는 혁신도시까지 유치하여 번듯한 신도시도 생겼다. 여기에 더해 KTX까지 원주역으로 오게 되었으니, 원주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무엇보다 원주역의 품격을 살리는 것과 연결되어야 비로소 빛이 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곧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의 많은 사람들은 여름에 명소들이 있는 강원도를 찾을 것이고, 또한 원주도 바로 그런 곳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외지로 나가는 원주 시민들도 새로운 역을 찾는 날이 늘 것임은 분명하다. 원주는 KTX 개통으로 다시 한 번 성장의 용트림을 할 계기를 맞고 있지만, 새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원주역은 수많은 대학생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이다.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성동 역이 81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자신의 색을 만든 것처럼, 무실동 원주역은 시민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콘텐츠로 수놓아 질 때에 품격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구문모 한라대학교 광고영상미디어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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