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공직생활을 마무리합니다. 유년 시절부터 변변히 학업을 잇기도 어려웠던 가정환경 속에서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마지막을 부시장으로 내 고향 원주에 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면서기가 되기를 소망하셨던 선친의 뜻을 이루고도 남았으니까요. 2018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장수 부시장으로 재임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내주신 36만 원주시민과 원창묵 시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퇴직을 앞두니 부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일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점심도 해결하기 어려웠던 중학교  시절, 불우이웃돕기로 쌀 두 말을 거두어 주신 담임 선생님을 원주 부시장으로 오면서 찾아뵙게 된 일입니다. 몇십 년 동안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찾지 못해 아쉬웠던 선생님을 우연히 사시는 곳을 알게 되어 44년 만에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상봉하는 날, 그동안 무거웠던 마음 한 켠이 눈 녹듯 사라지는 값지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또 하나는 지난해 8월 시청을 방문해 4천만 원을 기부하고 사라진 92세 어르신을 어렵게 수소문해 찾아뵙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던 사연입니다. 어르신께서는 국가유공자로 낡은 아파트에서 어렵게 지내고 계셨지만, 힘든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의 행복을 위해 보훈수당을 한푼 한푼 모아 기부를 하셨고,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이 저를 크게 울렸습니다. 그 후 명절마다 한 손에 감자떡을 들고 방문하고 있는데, 뵐 때마다 어르신의 아름다운 인품에 존경심을 보내게 됩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민선 11년은 원주가 '천지개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주~원주 복선전철, 7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캠프 롱 개발, 80여 년 만에 돌아온 철도부지 관광개발, 원주발전을 저해하던 도심지 군부대의 외곽 이전, 또 소금산 스카이밸리 및 똬리굴 관광개발, 전국 최고의 도심 공원 등으로 군사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바꿔나가는 원창묵 시장님을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옛 캠프 롱 부지에도 국립전문과학관을 유치했고, 시립미술관, 박물관, 수영장 등이 들어서면 그야말로 천만 관광객 시대를 활짝 열게 될 것이고 이는 지역경제 부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내 고향 원주 발전에 원창묵 시장님을 도와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공직생활을 마치게 되었다는 자부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랑입니다.

 평생 일에만 파묻혀 살아와서인지 퇴직을 앞두고도 여전히 머릿속에는 일 생각뿐이고, "내 고향 원주를 위해, 시민의 행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걸."하는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습니다. 현안사업들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시민들이 천지개벽의 집에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이것저것 정리하며 둘러보니 아내와 남은 여생을 보낼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와 무탈하게 성장해 가정을 이룬 큰딸과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쌍둥이 아들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고생했을 아내에게는 왠지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퇴직하고 나면 절대 집에서 삼식이는 되지 마라, 집밥만 삼시세끼 다 찾아 먹다가는 쫓겨난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가 은근히 걱정도 됩니다. 이제는 일터를 벗어나 삶의 터로 돌아가야 하는데,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역할과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며 이제는 일이 아닌 건강을 챙기려고 합니다. 참, 손녀를 위한 좋은 할아버지 역할도 추가해야겠습니다.

 요즈음 심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다면, 하나는 그동안 함께 일해 왔던 정든 직원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고, 두 번째는 한창 진행 중인 현안들에 대해 더 서둘러 추진하고 잘할걸 하는 미련입니다.

 그동안 내 고향 원주에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36만 원주시민 여러분과 원창묵 시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 원주투데이가 원주시민의 소리를 담고 눈과 귀가 되는 지역 정론지로서 원주시와 함께 성장해 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광수 원주시 부시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