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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풍속에서 엿보는 질병 퇴치의 염원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등 고된 봄 농사를 마친 후 맞이하는 단오는 농사일에 지친 백성들에게는 풍요로운 가을 수확을 비는 기원의 시간이자 지친 몸을 쉬는 쉼의 날이다 박종수 원주시 역사박물관장l승인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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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류 전체가 고통받고 있다. 사람들의 거리가 멀어지고 경제가 위축되는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래 겪지 못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활동 양상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결혼식과 장례식, 제사에 이르는 가정의례도 간소화되고 직장의 회식 문화도 사라져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전통사상에 기반한 명절 풍속도 펜데믹이 시작된 이후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단오는 고대인의 철학적 기반 중 하나였던 음양 사상에서 비롯된다. 옛사람들은 양의 수인 홀수가 겹친 날을 특별하게 여겨 명절로 삼았는데, 음력 3월 3일(삼짓날), 음력 5월 5일(단오), 음력 7월 7일(칠석), 음력 9월 9일(중양절)이 그것이다. 그중 단오는 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것으로 생각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한 24절기 중 단오는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 5월 5일 무렵)와 더위가 가장 성한 대서(大暑, 7월 22일 무렵)에 이르기까지 여름 여섯 절기 중 가운데 들었다.

 농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오는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과 씨앗을 뿌리는 망종이 지난 후에 맞이하는 명절이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등 고된 봄 농사를 마친 후 맞이하는 단오는 농사일에 지친 백성들에게는 풍요로운 가을 수확을 비는 기원의 시간이자 지친 몸을 쉬는 쉼의 날이다. 이런 이유로 왕실과 민간에서는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한 제사를 올리고 즐거운 놀이를 한다.

 삼짓날, 단오, 칠석, 중양절 중 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단오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명절이다. 양의 기운이 가장 약한 삼짓날이 여성성이 강조된 명절이라면, 단오는 남성성이 강한 명절이다. 단오절에는 남성들이 즐기는 격렬한 스포츠 활동이 펼쳐지는데, 단체 스포츠인 격구는 개인의 체력 단련 수단이기도 하지만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는 수단이기 때문에 왕실에서도 권장한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고려의 풍속에 단오절(端午節)에는 무관(武官)의 나이 젊은 사람과 관리의 자제들을 뽑아서 격구(擊毬)의 기예(技藝)를 익혔는데, 왕이 나가서 이를 구경한다. 연회를 베풀고 여악(女樂)을 벌려 놓으매, 경대부(卿大夫)들이 모두 따르고, 부녀들도 또한 길 왼쪽과 오른쪽에 장막을 매고 금단(錦段)으로 장식하여, 이를 화채담이라 이름하니, 구경하는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된다.

 격구(擊毬)하는 사람이 의복 장식을 화려하게 하여 다투어 사치를 숭상하니, 말안장 한 개의 비용이 중인(中人) 10가(家)의 재산에 해당 되었다.' 라는 기록은 단오의 격구 풍속이 고려 때부터 성대하게 이어온 것을 알 수 있고 화려한 복장과 음악이 동원되었고 국왕은 물론 일반 백성이 함께한 축제였음을 알 수 있다.

 단오의 풍속 중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액을 막고 건강을 기원하는 일이다. 단오는 절기상 여름에 속한다. 추운 겨울보다 더위와 장마로 습한 여름에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 이유로 단오날에는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양의 기운을 받아 질병을 막아 내기 위한 풍속이 많이 행해졌다. '세시잡기(歲時雜記)'에는 단옷날 아이들을 위하여 창포를 베어 작은 인형 모양의 장신구를 만들어 차게 하여 재앙을 물리치고자 했다고 한다.

 

▲ 단옷날 여자들은 창포 달인 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이 있었다.

 또한 단옷날 창포 달인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윤기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여, 여자들은 창포잎과 뿌리를 삶아 창포 달인 물을 만들어 머리를 감았다. 창포 달인 물에 감은 머리를 단장하고 창포비녀를 꽂는다. 창포비녀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수(壽)자나 행복을 기원하는 복(福)자를 새겼고, 비녀 끝에는 붉은 연지를 발랐다. 붉은 연지를 바른 창포비녀를 머리에 꽂으면 액을 물리쳐 머리가 아프지 않고 무병한다고 믿었다. 이는 조선시대 관상감(觀象監)에서 단옷날 천중부(天中符)라는 붉은 부적을 대궐 문설주에 발라 재액(災厄)을 막는 풍습과 같다.

 또한 단옷날 아침에 창포나 상추에 맺힌 이슬을 받아 화장수로도 사용하였는데(횡성에서는 오이순에서 나오는 물을 썼다고 한다.) 단옷날 이른 아침에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고와지고 버짐이 생기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단옷날에는 단오빔이라는 새 옷을 차려입고, 단오선이라는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2019년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라는 질병으로 몸과 마음이 힘겨운 지금 단오절을 맞아 선인의 슬기가 담긴 단오 풍속에서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


박종수 원주시 역사박물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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