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원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텃밭 가꾸기와 동물 키우기 등의 생태수업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북원초등학교(교장: 석수송)에서 운영하는 생태수업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만든 텃밭을 가꾸고 알을 직접 부화시켜 닭을 키우는 동물 수업이 도심 속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태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북원초에 부임한 하란희 교사는 자연 수업에서 배우는 알을 낳는 동물을 아이들이 직접 키워볼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기획했다. 딸 아이가 초등시절 학교에서 알이 부화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적이 있는데 당시 매일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즐거워했던 기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부화기까지 구매해 수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접어야 했던 계획을 올해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3구 짜리 부화기로 병아리 부화를 시도했다. 21일 간의 부화 기간 동안 학생들은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부화기로 달려가 확인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학생들의 간절한 기다림으로 2마리의 병아리가 부화에 성공했다. 알에서 병아리가 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학생들은 새롭게 태어난 생명에 눈을 떼지 못했다. 병아리는 3학년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와서 구경할 정도로 북원초의 인기스타가 됐다.

인기에 힘입어 부화기를 추가로 구입해 모두 13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켰다.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 중 2마리는 유치원에, 8마리는 가정에서 키울 수 있도록 분양했다. 처음엔 반대했던 학생들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병아리를 키우는 것이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는 동물 복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분양을 결정했다. 

도심 학교에서 닭을 키우는 생태수업을 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병아리 분양 시,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동의하는 가정으로 선정했으며, 분양 전 유기견 동영상과 뉴스를 시청하며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교육했다.

하 교사는 "책임감 없는 태도로 동물을 데려와 파양하는 유기견의 사례를 보여주며 병아리 또한 파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깐깐하게 분양했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분양 후 남은 병아리들은 3학년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당번을 정해 돌보고 있다. 수업을 마치고 닭장에 들러 모이와 물을 주고 배변을 치우는 일과인데 책임감이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만 주어져 경쟁이 치열하다.

생명을 키우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서도 경험하게 된다. 긴 연휴 동안 당번 학생이 돌봤던 병아리가 죽는 일을 겪게 된 것이다. 하 교사는 상실감에 빠진 학생들에게 한 생명이 온전히 성장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하 교사는 "동물 수업의 최종 목표는 부화기를 통해서 깨어난 병아리가 닭이 되고 그 닭이 다시 알을 낳아 병아리를 부화시키거나 달걀을 급식 재료로 쓰는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생명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원초에서 운영하는 텃밭수업도 인기다. 지난해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 중 생태수업 확대를 요청하는 응답을 반영해 전 학년 11개 반이 학급별로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토마토, 가지, 고추, 깻잎, 상추, 강낭콩 등 학생들이 원하는 작물을 투표로 결정했다.

최동길 교무부장은 "북원초는 도심 속 학교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교과수업 외에도 다양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