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보호관찰소 사회봉사 대상자들이 농촌 현장에 투입된 모습. 문막과 판부 지역에서 매일 농가를 돕고 있다.

일당 12만 원 줘도 사람 구하기 별 따기

봉산동 신치열(67·가명) 씨는 여름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6천600㎡ 규모에 달하는 과원에 사과 솎아내기, 복숭아 봉지씌우기 등을 홀로 해야 하기 때문. 십만 원이 넘는 일당을 준다고 해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농촌 곳곳이 인력난으로 아우성이다. 예전에도 일손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더 심각해진 것. 조금 있으면 마늘, 감자, 옥수수 등을 수확해야 하지만 일손 확보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다.

문막농협 원종숙 여성복지과장은 "일터에 나가는 어르신들은 새벽 서너 시에도 일손 구해달라고 전화를 한다"며 "인력난을 호소하는 농업인이 많지만, 농협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못 돼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일손 부족 사태는 외국인 노동력 부족 문제가 한몫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알선하는 원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의하면 원주권에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력은 천여 명가량이다. 이들은 입국 후 최장 4년 10개월 동안 농업이나 제조업, 건축 현장 등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인력이 시급한 업체와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부족한 일손을 메워주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근로 계약이 끝난 농가들은 외국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방글라데시, 필리핀, 네팔, 우크라이나 등 인력을 보내던 나라들이 출국 허가를 안 해주고 있기 때문.

지금 신청해도 8개월 후에나 인력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원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관계자는 "농가를 생각하면 고용센터 직원이라도 나가서 일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작년보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농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인건비도 급등했다. 지난해엔 하루 7만~8만 원이면 사람을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12만~13만 원까지 일당이 치솟았다. 뙤약볕에서 중노동을 해야 하는 농촌 특성상 이렇게라도 일해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 농협원주시지부와 한라대는 지난 10일 대학생 농촌봉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막농협 양대길 지도과장은 "농산물 판매로 거둬들이는 수익을 생각하면 인력을 사용하기도 겁날 것"이라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더운 날에 홀로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원주보호관찰소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사회봉사 대상자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 3월 문막·판부·동횡성·안흥농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 농협당 하루 10명 정도의 인력을 보내고 있다.

판부농협 배경수 조합장은 "사회봉사자들이 농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어려운 농가에 힘을 보태줘 정말 단비같이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원주보호관찰소는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1천50명에 달하는 사회봉사 대상자를 농업 현장에 투입했다.

농협원주시지부와 한라대도 대학생 농촌봉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한라대에서 김응권 총장과 이광연 농협원주시지부장이 '대학생 농촌봉사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 대학생들이 고령·취약 농가를 방문해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이광연 농협원주시지부장은 "이번 협약으로 고령·장애인·저소득 농가는 영농철 일손 부족 해소에 도움을 받게 됐다"며 "일손 돕기에 참여한 대학생을 치하하고 대학교 봉사 마일리지 등을 제공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