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주시는 부론면 법천사지 당간지주 주변 지장물을 철거하기 위해 폐기물 처리용역을 발주했다. 발주 당시 용역업체와 맺은 계약금액은 6천200여만 원이었다. 그런데 설계 변경을 거쳐 최종 지출한 금액은 2억2천300여만 원이었다. 최초 계약금액보다 255%나 증액된 것이었다.

원주시의회가 ‘2020회계연도 원주시 일반 및 특별회계 결산검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 국형사 공중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도 최초 계약금액은 4천300여만 원이었으나 설계 변경 후 8천700여만 원으로, 102%나 증액됐다. 이처럼 지난해 공사금액 1억 원 미만 사업 중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가 20% 이상 증액된 사업은 40건이었다.

공사비가 1억 원 넘는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법천사지 당간지주 주변 지장물 철거공사는 최초 1억100여만 원에 계약했으나 설계 변경 후 151% 증액된 2억5천500여만 원으로 사업비가 늘었다. 미리내도서관 인테리어 공사도 3억9천여만 원에 계약했으나 설계 변경을 거쳐 42% 증액된 5억5천500여만 원이 지출됐다. 1억 원 이상 사업 중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가 10% 이상 증액된 사업은 19건이었으며, 증액된 사업비는 모두 36억 원이었다.

시의회는 결산검사 의견서에서 “사업 시행 중 민원 발생, 현장여건 변화, 자재비 변동 등으로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일부 사업은 설계 전 현장 실사가 부실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업 발주 후 설계 변경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행정의 신뢰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예산 절감 시책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토지매입과 보상 후 남은 잔여지를 원주시에서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시의회는 지적했다. 원주시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 중 무작위로 60㎡ 이하 540필지를 조사한 결과 개인이 무단 점유해 사용하고 있는 토지는 72필지였다. 외곽지역은 농지에 대한 점유가 대부분이었고, 도심에선 건물 점유가 많았다.

토지의 본래 용도에 이용되지 못하고 불용지로 남게 되는 잔여지는 원주시 각 부서별로 산재해 실태조사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시의회는 잔여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원주시에 주문했다. 시의회는 “개인이 점유해 사용하는 잔여지는 개인에게 매각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입효과와 아울러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원주시가 1천만 원 이상 예산을 편성한 뒤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은 사업은 17건이었다. 혁신도시둘레길 운영, 자율방범대 직무경진대회 등이었다. 코로나19 등으로 사업추진이 불가한 사유가 발생하면 추가경정 예산서를 작성, 변경·승인처리를 해야 하지만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시의회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