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상공인들은 지난 25일 중부지방국세청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공인을 위해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를 폐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그러나 중부청 양동훈(사진 가장 오른쪽) 조사국장은 카드납부 수수료를 현재로선 폐지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법인세 등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 면제 건의
코로나 경제난·지방세와의 형평성 등 근거
중부지방국세청 "부담 낮추되 면제는 불가"

"자동차세, 취·등록세 같은 지방세는 카드 수수료가 없습니다. 그런데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등의 국세는 카드 수수료를 0.8%나 뗍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는 국세도 카드 수수료를 폐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5일 열린 중부지방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서 신성숙 동양산업 대표가 한 말이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이 많은데 국가 차원에서 국세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는 것. 지방세와의 형평성에서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카드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늘면서 국세 카드 납부 수수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양정숙 무소속 국회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카드로 납부한 국세는 99조752억 원에 달한다. 이 중 4천953억 원은 납세자가 국세를 납부하면서 카드사에 지출한 수수료다.

양 의원은 "국세 카드 납부는 납세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납부대행 수수료로 인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국세도 지방세처럼 수수료를 면제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와 지방세와의 가장 큰 차이는 카드사에 '신용공여를 허용하느냐'의 여부다. 신용공여란 돌려줄 것을 믿고 일시적으로 돈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는 카드사가 최장 40일까지 세금을 굴리다가 이를 반환하도록 신용공여 혜택을 주고 있다.

대신에 카드사는 지방세 카드 납부 수수료를 면제해 그에 상응한 이득을 제공한다. 반면 국세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신용공여'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국고금관리법에서 '국세를 수납한 경우 지체 없이(카드결제 2일 이내) 수납금을 한국은행이나 금고에 납입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 게다가 카드 수수료를 면제하면 현금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 이를 면제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중부지방국세청 관계자도 "2008년 납부대행 수수료가 도입될 때는 1.5%였다가 지금은 0.8%로까지 낮아진 상태"라면서 "납부대행 수수료를 없애면 현금으로 납부하는 세금을 가지고 카드 수수료를 대납하게 돼 구조적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간담회에서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을 위해 ▷코로나 방역비용 세액공제 ▷국세 납부 연체 시 가산금 경감 ▷각종 신고·납부기한 연장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창기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세정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납부기한 연장과 세무조사 부담 최소화 등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