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1년 원주역 폭파 당시 사진. 원주역사 대부분이 파괴되었는데 급수탑은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사진 제공: 원주역사박물관)

1940년 개통, 출발한 원주역은 6.25 전쟁 때 파괴되었다가 1955년 다시 세웠고,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1980년대 새로 지은 건물이다. 하지만 개통 당시 모습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건축물 급수탑이 있다. 폐허가 된 원주역 사진에서 온전한 모습의 급수탑을 확인할 수 있다. 

1940년대 운행하던 기차는 증기가 동력이었다. 증기의 힘으로 운행하기 위해서는 기차 안에 물을 채우고 열을 가해 증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증기 기관차가 운행되던 당시 주요 역에는 기차에 물을 공급해주기 위한 급수시설이 필요했다. 원주역 급수탑도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원주역 급수탑은 정지뜰 하천의 물을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역에 도착한 기차에 공급하기 위한 시설로 1940년대 만들어진 시설이다. 급수탑에서 물을 공급받기 위해 증기 기관차가 운행되던 당시에는 급수탑 가까운 곳에 철도가 있었다.

증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던 기차에 물 공급이 차단되면 운행이 중단된다. 한겨울 맹추위가 밀어닥쳐 급수탑에 저장된 물이 얼어버리면 기차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급수탑은 기차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이었다. 그러다보니 독립운동 과정에서 급수탑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33년 9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만주에서 활동하던 동북항일연군 총사령 조전량은 동지 2명과 함께 만주 봉천역 급수탑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 틈새를 이용해서 급수탑에 폭파 시설을 설치하고 휘발유를 쏟고 불을 붙여 급수탑을 폭파시켰다'는 내용의 기사가 확인된다.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 철도 운행을 중단시키기 위해 급수탑이 공격 대상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이 18m 원주역 급수탑, 증기기관차 급수시설
1940년 개통 당시 모습 남아있는 유일한 건축물

▲ 2021년 원주역 급수탑. 급수탑 바로 옆으로 기차가 운행되었음을 알려주는 철도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40년대 세워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원주역 급수탑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138호로 지정되었다. 1930년대 이전의 석조 급수탑과는 달리 1940년대 세워진 철근 콘크리트 급수탑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급수탑 윗부분에 물탱크가 있고 그 아래로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 시설이 있었다. 맨 꼭대기에는 환기창이 4개 달려 있고, 높이는 18m이다.  

기차와 철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세대에 따라 경험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일제에 의해 경인선을 시작으로 철길이 뚫리고 증기기관차가 운행될 무렵 최남선과 같은 지식인은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나는 새도 못 따라갈 형세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문전옥답을 철도 부지로 징발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 힘겹게 살아간 사람들에게 철도는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철도에 돌팔매질하며 분풀이를 하다가 체포되어 나무에 묶인 채 총살당했던 최남선과 같은 시대 사람들도 있었다.       

원주역에 대한 생각 또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기차 운행 관련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던 사람들, 기차에 실려 징병·징용·정신대로 끌려갔던 사람들, 목재 벌목에 동원됐던 사람들, 군사도시로 탈바꿈한 원주 군부대에서 복무 중인 가족을 면회하기 위해 온 사람들, 상경을 목적으로 가출해서 무임승차했던 청소년들…. 이제는 운행이 중단된 중앙선 철도 앞에 서면 수많은 이야기와 숨결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