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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박해 속에서도 꽃핀 '신앙공동체'

이기원의 역사 한 스푼, 원주의 등록문화재- ② 흥업면 대안리 천주교 공소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l승인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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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업면 대안리 천주교 공소. 박해를 피해 덕가산과 백운산 일대에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은 각각 대안리 공소와 후리사 공소를 세웠다. 공소는 사제가 없는 성당이다.

하얀 눈 소복하게 쌓인 대안리 공소를 어렵사리 찾아 올라가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내려오며 말을 걸었다.

"성당 가세요?"
"공소 가는데요."
"문 열려 있어요. 자물쇠 보고 잠긴 줄 아는 분도 계셔서."
"아, 고맙습니다."

공소라고 알고 찾아왔는데 성당이라고 하셨다. 공식 명칭은 공소지만 성당이라 부르며 이용하는 주민도 많다는 뜻이리라. 처음 본 사람에게 공소 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걸 알려줄 정도로 대안리 공소는 개방된 공간이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조선 후기였다. 청에 파견된 조선 사신들이 청에 들어온 천주교 사상을 학문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익, 정약용, 이승훈 등 남인 계열 유학자들을 중심으로 서학이 전파되었다.

정조 때부터 서학이 종교 형태로 신앙의 싹을 틔웠다. 성직자도 없었고 미사와 같은 의례도 없었지만 '천주실의' 등의 책에서 본 천주교 규율을 지키며 생활하는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자생적으로 조직된 신앙 공동체는 점차 지방으로 확대되었다.

신앙 공동체를 중심으로 확대되던 천주교의 실체를 알게 된 조정에서는 천주교를 성리학에 반하는 이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평등사상과 내세 신앙을 바탕으로 피지배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천대받고 무시당하던 부녀자층, 피지배층은 평등과 사랑을 표방하는 천주교를 통해서 현세에서 얻지 못한 것을 내세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에서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문을 열고 대안리 공소 안으로 들어가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과 함께 경천애인(敬天愛人)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유교 문화권에서 '경천애인'은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었지만, 천주교에서는 하늘이 아닌 하느님이란 의미로 사용했다. 하늘을 공경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뜻이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140호
2016년 복원공사 기와올린 현재 모습 갖춰 

▲ 대안리 공소 내부 모습.

하늘이란 추상적 개념에 비해 하느님이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념이다. 하지만 유교 문화권에서 사용했던 하늘이란 개념과 천주교에서 얘기하는 천주의 의미는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천주교는 낯설었지만 천주의 의미는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모진 탄압도 뒤따랐다.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인박해가 그것이다. 강원도에서도 천주교도 박해가 있었다. 붙잡힌 천주교 신자들이 강원감영에 투옥되었고 그중 일부는 처형되거나 옥사했다. 모진 박해를 피해 신자들은 산속 깊숙이 들어가 모여 살았다. 서곡면 백운산 일대와 흥업면 대안리 덕가산 일대 신자들 마을이 형성되었다. 

1886년 프랑스와 체결한 통상조약 내용에 '천주교 신앙의 자유'가 포함되면서 탄압이 사라졌다. 덕가산과 백운산 일대에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은 각각 대안리 공소와 후리사 공소를 세웠다. 공소는 사제가 없는 성당이다. 

문화재청은 흥업면 대안리 천주교 공소를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140호로 지정했다. 처음에는 초가지붕이었다가 1950년 기와로 개량을 했다. 하지만 흙벽이 기와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1970년대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했다. 2016년 복원 공사로 대안리 공소가 기와를 올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기원 북원여고 역사교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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