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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 1년을 되돌아보며

정치란 무엇일까? 나 스스로 자주 되뇌이는 질문이다. 과연 나를 비롯한 우리 정치가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과 시민들을 이끌고 10리 길을 동행하였는가? 송기헌 국회의원l승인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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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힐 때면 어릴 적 내 고향의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치악산 절경 아래서 삼삼오오 텃밭에 모여 씨앗을 뿌리던 이웃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절,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집 대청마루에는 조와 겨 그리고 옥수수 등의 씨앗이 걸려있곤 했다.

 이는 가을녘 가장 크고 좋은 작물들을 추수한 뒤 통풍이 잘되는 천장에 매달아 두었다가, 곧 다가올 봄철에 심기 위한 것이었다. "농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봄에 파종할 씨앗을 먹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골의 겨울, 탐스러운 강냉이를 곁눈질하며 군침 흘리던 내 또래 아이들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교훈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투기 의혹에 정국이 뒤흔들리고 있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수백만 가구의 주택을 신축해 주거가 없는 국민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공직 유관자들이 봄에 파종할 씨앗을 먹어 치워 삼켜버렸고, 나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이를 막지 못했다.

 국회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정치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럽고 면목 없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라는 뜻이다. 배를 띄우는 것은 물이지만 그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물이다. 백성은 군주를 높일 수도 있고, 지도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요동치는 민심의 파도로 그 배를 엎어버린다.

 포용하는 정치, 화합하는 국회, 그리고 민심을 헤아리는 원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못했음을 깊이 자성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집 마련'이라는 시민들의 꿈을 앗아간 세력들을 단절하지 못한 작금의 사태에 몹시 마음이 아프다.

 정치란 무엇일까? 나 스스로 자주 되뇌는 질문이다. 정치란 국민의 삶과 권익이 균등히 향상될 수 있도록 사회의 근본적 틀을 정비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역병이 창궐한 가운데 고난에 처한 이웃을 이끌며 동행하는 것이 정치요 위정자에게 필요한 소양이다. "누군가 5리를 가자고 하거든 10리를 함께 가주어라." 유대교 탈무드에 등장하는 가르침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시대 당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다. 길목 곳곳에 강도가 들끓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폭동과 봉기가 일어났다. 이에 누군가 함께 가달라고 요청할 때 동행해야 하는 것이 황제의 명령이자 로마의 법이었다.

 지금 국민은 5리를 함께 가 달라며 목 놓아 외치고 있다.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무서워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민이 가자고 하면 10리를 동행해 이끌어야 한다. 창과 방패를 들고 혼란에 맞서 목적지에 안전히 도착할 것이라는 소망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의회와 정치인들이 실현해야 할 정신이다. 1969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목적지는 달이었다. 이를 위해 소요된 재정은 240조 원, 당시 한국의 1년 예산은 3천244억 원이다. 현재 미국은 희토류라고 불리는 17개의 화학원소가 대량 매장돼 있는 화성에서 채굴을 시작했다. 지도자의 비전은 국가와 국민을 윤택한 길로 이끈다.

 지난 1년의 세월을 회고하면서 앞으로의 3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30년을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나와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과제는 '비전'이다. 제21대 국회의 남은 기간, 국민께 희망을, 그리고 미래를 보여 드려야 한다. 10리길 그 끝에 황무지가 아닌 옥토가 펼쳐질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 아침, 지역의 시장과 거리 구석구석을 도보로 다녀보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많은 상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새 출발을 준비하는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과연 나를 비롯한 우리 정치가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과 시민들을 이끌고 지난 1년이라는 10리 길을 동행하였는가? 목적지로 함께 나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송기헌 국회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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