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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 인생 70년...김영구 학성이용원 대표

"내 손 거쳐 간 사람 행복했으면…"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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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동 뒷골목 모퉁이에 오래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김영구(86) 대표가 운영하는 학성이용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70년대 이발소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낡은 괘종시계가 시간을 알려주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라디오는 김 대표의 오랜 친구다. 이발 의자, 면도칼을 가는 숯 돌, 가위, 바리캉도 50년 동안 손님을 맞았다. 21㎡의 공간에서는 새 물건을 볼 수 없다. 세월의 정겨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동네 만남의 방이다. 

 김 대표가 이발을 시작한 것은 16살 때다. 옆 집에 있던 이발소 사장이 이발을 배우면 먹고 사는 것은 걱정 없다며 권유한 것이 70년의 세월을 가득 채웠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이 중앙동에 있었는데 그 바로 옆에 있던 이발소라 사람이 많았지. 5명의 이발사가 일했는데 하루 100명 정도는 있었던 것 같아. 그땐 머리 깎을 수 있는데가 이발소밖에 없었잖아"라며 70여 년 전을 추억하는 김 대표. 

 손님이 많은 만큼 김 대표의 손과 발은 바빴다. 이발사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청소와 빨래였다. 친구들은 중학교 다닐 때 이발소에서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수건 빨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청소하고 손님 머리를 감겼다. 쉴 틈 없이 머리를 감기다 보니 손톱이 닳아 깎을 필요가 없었다. 혹시나 친구들이 이발하러 오면 숨기 바빴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중학교 가지 못한 서러움이 유난히 북받치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틈틈이 이발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며 눈에 익혔다. 3년이 지났을 즘 이용사 면허증 시험에 도전했다. 위생법, 소독법, 피부병 등에 대한 필기시험과 실습, 면접이 있었는데 필기시험 통과가 너무 힘들었다.

 "책이 있던 시절이 아니잖아. 그냥 선배들이 이야기해 주는 거 꼼꼼하게 메모하며 공부했지. 공부할 시간이 있었나. 하루 4시간 자며 일했는데. 그러니 두 번이나 떨어졌지. 머리카락 깎는 연습할 사람이 없잖아? 그래서 까까머리로 깎는 아이들 머리카락은 어차피 깎다가 실수해도 크게 상관없으니 내가 맡아서 했지."

 세 번만의 도전에서 면허증을 딴 김 대표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꼬박 5년 걸렸다. 5년 동안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며 배운 것은 사람을 대하는 예의와 기술이었다. 자격을 갖추고 이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점점 더 재밌어졌다. 오랜 시간 숙련하다 보니 실수 없이 손님이 원하는 대로 이발을 해 줬다. 경력이 쌓이면서 직접 이발소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시외버스터미널이 우산동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업을 준비했다.

 "1974년 10월 우산동으로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했는데 그때 건물 안에 가게를 차렸지. 종업원도 5명이나 있었어. 버스 기사부터 시작해 손님, 군인까지 쉴 틈 없이 바빴지. 터미널 안에 선미식당, 홍천식당, 약국, 구멍가게까지 가게도 많고 사람도 발 디딜틈 없이 바글바글 했어. 36㎡ 정도 되는 가게에서 하루 종일 바빴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좋았네."

 터미널 근처다 보니 이발소도 많았다. 오봉이용원 등 5개 정도나 됐지만 모두 손님이 많았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돈도 많이 벌었다. 2남 2녀 다 키우고 먹고 살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매일 밤10시까지 일하면서도 지치지 않았다. 김 대표의 청춘은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두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여 년 그렇게 열심히 일했을 즘 시외버스터미널이 단계동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 단계동으로 가서 일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임차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냈다.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제 일처럼 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날짜인 2007년 7월 22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단계동으로 이전하지는 못했지만 이발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터미널이 이전하고 일을 더 하지 않으려고 2개월 간 아무것도 안했었어. 근데 못 놀겠더라고. 그래서 우산동 근처 가게를 알아보다 (구)우산동사무소 뒤편에 다시 가게를 냈지."
여든을 훌쩍 넘겼지만 그래도 아직 김 대표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40년 된 단골손님도 많다. 단구동, 봉산동 등 우산동 뿐 아니라 다른 동에서도 찾는다.

 "두상을 보면 어떤 스타일이 어울릴지 잘 알지. 70년을 했는데 그 정도는 척척 알아야지. 그래도 이발 덕분에 이 나이에도 일하고 인생 행복하게 잘 살았어. 내 손을 거쳐 간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며 넉넉한 웃음을 보여주는 김 대표는 오늘도 오가다 들리는 이웃들과 삶의 에너지를 나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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