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요 '방울꽃' 저자…강원도 대표 아동문학가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임교순(84) 선생은 어린이들이 모이는 행사장에선 주로 '방울꽃 할아버지'로 불린다. 국민동요 '방울꽃' 때문이다. 1966년 교원신문인 새한신문에 발표한 선생의 동시에 마산KBS에 있던 이인수 씨가 곡을 붙였다. 1990년 초등학교 4학년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로 후배 문인들과 교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팔순이 넘은 지금도 지역문학과 아동문학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열일을 제쳐두고 달려간다. 고문을 맡고 있는 원주문협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백일장과 공모전 심사도 마다하는 법이 없다. 문학에 대한 열정만큼 자신의 여력이 닿는 한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횡성에서 태어나 춘천사범학교를 졸업한 선생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60년이다.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책상 앞에 앉아 창작열을 불태웠다. 교원신문에 수기와 동시가 당선됐지만 문단등용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다시 10년간 몸살을 앓으며 신춘문예에 도전, 세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이번에 낙선하면 절필 하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마지막으로 응모한 작품이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동화 '연못 속의 동네'였다.   

그렇게 문단에 데뷔한 후 '김소위와 노루' '텃밭에 피는 감자꽃' 등을 발표하면서 동화작가로 주목 받았다. 그중에서도 엄마 노루에게 은혜를 갚으려는 김 소위를 통해 분단의 아픔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김소위와 노루'는 사연이 많은 작품이다.

"1976년 인제 서화초교 근무를 자청했어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자연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동화로 구성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당시 근무하는 학교 앞에 마을주민보다 탱크와 군용 트럭이 더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었지만 일반인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루는 인근 계곡을 따라 비무장지대에 허가 없이 들어갔다가 헌병대와 지서에 끌려간 일도 있다. 다행히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탈 없이 귀가할 수 있었다. 창작을 향한 뜨거운 열정 때문에 빚어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동화나 동시·동요 속 세상에 묻히면
복잡하고 무서운 세상인심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내 것이 되죠"

그렇다고 선생이 창작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다. 1971년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동료 문인들과 함께 강원아동문학회를 창립해 초대부터 3대까지 회장을 역임했으며, 문총(현 예총)에 이름만 존재했던 원주문인협회를 대내외에 바로 세우는 일에도 앞장섰다. 정수일, 원수연, 김성수, 전태규 시인 등 원주문협 원로들이 당시 선생과 함께 기반을 세운 이들이다.  

2000년 원주 중앙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하면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충남 보령시 성주개화예술공원 내 한국육필시공원에 '방울꽃' 문예비가 세워졌다. 현대아동문학상, 강소천아동문학상, 강원도문학상, 강원교원작가상, 원주예술상, 강원아동문학회 '좋은작품상' 등 그동안 수상한 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선생은 아동문학을 하는 이유를 "유아부터 8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쉽고 재미있게 언제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동문학은 어려운 지식을 요구하지도, 복잡한 관계를 따지지도 않는다"며 "동화 속 세상, 동시·동요 속 세상에 묻히면 복잡하고 무서운 세상인심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내 것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동문학은 무엇보다 문자를 통해 머릿속에 판타지를 그릴 수 있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그는 "어린이들의 고충을 탐색하고 그들과 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동문학가의 자질과 자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반면 '아동문학'에 대한 문단의 인식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문학 장르에 서열이 있을 수 없는데 일부 문예지나 잡지의 편집 순서에 늘 뒤꽁무니에 남겨지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는 선생은 "아동문학이 뒤쳐졌다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은 큰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을 향해서는 다작에 대한 욕심보다 한 두 편이라도 문학적 가치와 깊이가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학을 통해 명예를 얻거나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보다 자신 작품의 성장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후배 문인들이 독특하면서 개성 있는 작품을 쓰기위해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