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701호로 지정된 모리스 선교사 사택. 현재는 일산사료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근대라는 문이 활짝 열리면서 서양 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양말, 양복, 양초, 양동이, 양산, 양주 등 낯설고 신기한 서양 상품은 물론이고 천주교, 기독교 등 서양 종교도 퍼져나갔다.

흥업면 대안리 공소가 천주교가 원주에 들어와 정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안에 있는 기독교 의료 선교 사택은 기독교가 원주에 들어와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근대 유산이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포교가 시작된 것은 1885년부터였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에 의해 선교가 시작된 이래 장로교와 감리교를 중심으로 신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1907년 평안도와 황해도 일대에서 신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 원주의대 건물 사이에 있는 모리스 사택의 주인공 모리스(Moris, Charles David) 선교사는 미국 해외 선교부 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평양, 영변, 해주 등 서북지방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을 하다가 1916년부터 원주 선교부로 옮겨 활동했다.

모리스 선교사의 자취는 세브란스 기독병원의 기독교 의료 선교 사택 말고도 또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부근에 있는 일산동 제일 감리교회에 모리스 선교사 비석도 서 있다. 원주를 중심으로 의료 중심 선교 활동을 전개하면서 서양식 병원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모리스 선교사는 원주 읍내에서 3·1운동을 좌절시켰던 인물이다. 1919년 3월 13일 서울에서 사람들이 원주에 내려와 3·1운동을 준비하면서 선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때 모리스 선교사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일본 관헌에 고발했다.

모리스 선교사 고발로 원주읍 3.1운동 좌절
의료선교 외에 3.1운동에 끼친 영향 알려야
 

▲ 일산동 제일감리교회에 세워진 모리스 선교사 비석.

선교사의 고발로 3·1운동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일본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이후 모리스를 비롯한 원주지역 선교사들은 전도사 회의도 중단하고 예배 때에는 일본 헌병을 임석시켜 만세 운동을 사전에 차단했다.

왜 그랬을까? 추측하건대 모리스를 비롯한 선교사들은 식민지 조선 민중들의 독립에 도움 되는 일보다는 조선총독부와 불필요한 갈등을 빚지 않고 안전한 선교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로 인해 원주 읍내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나지 못했다.

3·1운동 과정에서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도 많다. 그래서 모진 탄압을 당했던 사례도 많다. 하지만 원주 지방의 기독교 선교부는 3·1운동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원주 외곽 면 단위에서 전개된 만세 운동에서도 기독교의 역할은 없었다.

모리스 선교사가 살던 사택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18년 원주지역 의료 선교 활동을 위해 건립한 건물로 이 시기 서구식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서 가치는 인정된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모리스 선교사를 비롯한 기독교 선교부가 원주지역 3·1운동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부분만 부각하면 온전한 역사가 될 수 없다.

원주 의료 선교 사택이 제대로 된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모리스를 비롯한 기독교 원주 지방 선교부가 3·1운동 당시에 보여주었던 부정적 모습도 감추지 말고 사실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