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관광두레사업에 선정돼, 주민 주도의 지역관광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시가 관광두레PD 재선정에 탈락하면서 지난 3년 간 추진해 온 주민주도 지역관광산업들이 모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터 닦기 과정을 거친 신생 주민사업체들은 본격적인 매출 활동을 앞두고 맞닥뜨린 상황에 향후 사업 운영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지역관광산업을 발굴·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자 관광두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활동비부터 교육, 멘토링, 판로개척, 홍보 지원 등 최대 5년 간 지원하는 사업으로 3년 간 지원하고 평가 후 2년을 추가 지원하는 형식이다. 

원주시는 지난 2019년 문병선 전 서곡생태마을이사장이 관광두레PD로 선정돼, 판부면, 흥업면, 신림면, 소초면 권역별로 다양한 주민사업체를 추진해왔다. 특히,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협동조합형 관광두레사업체를 육성한다는 데서 전통적 마을자원을 활용한 관광사업의 활성화가 기대됐다. 

하지만 올해 초 진행된 3년 차 종합평가에서 원주시는 관광두레PD 재지정에 탈락하면서 지난 3월까지 지원 사업이 종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민들은 지난해 2년차 평가에서 문 PD가 전국 상위 5%에 드는 우수PD로 선정된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 PD는 "관광공사 측에서 탈락 사유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구두로 전해들은 말로는 지자체 협력 미흡과 매출실적 부족 등이 감점 요인이었다고 한다"며 "주민사업체들이 게으르거나 잘 하지 못한 이유도 아닌데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사업체 지원을 중단한다면 지난 3년 간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가 될 것"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사업 주관단체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한국관광공사로 바뀌면서 지역별 주민사업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성과 위주의 평가라고 주장한다. 주민사업체 매출 평가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의 매출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원주에서 진행한 관광두레사업은 대부분 신생주민사업체로 작년 말이나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매출 활동에 들어갔다.

따라서 평가 당시 기준으로는 내세울 실적이 없었지만 이 같은 지역 상황이 평가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4~5년 차에 사랑방 제공과 적극적 재정 지원을 피력하는 지원계획서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갑작스런 사업 종료 통보를 받게 주민사업체들은 한 순간 동력을 잃게 됐다. 10여년 간 난항을 겪던 전통주 개발에 성공한 쌀로술쌀로초영농조합법인은 12월의 양조장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갖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해 약 2천 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하고 있었다. 

허브정원 푸실은 협동조합 품다와 함께 허브를 활용한 블렌딩티와 관련 제품들을 만들며 올해 농촌진흥청에 추진하는 전국 학교 체험키트 공급업체에 선정해 상품 생산을 앞두고 있었다. 또한, 미국으로 샘플을 발송해 수출 상담도 논의 중이었다.

다문화 구성원들로 구성된 무지개 협동조합은 원주시장투어를 컨셉으로 여행사를 기획, 자유상가에 다문화 카페를 여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었다. 서곡4리영농조합법인은 양귀비감자떡사업단을 구성하고 제품 개발 및 자체 품평 파일럿 등을 진행하며 판매를 시작했다.

관광두레사업 구성원들은 이 같은 모든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 2일 한국관광공사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재심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 PD는 "3년 간 주민사업체로 키워온 지역관광산업을 평가 결과로 한 순간에 탈락시키는 방식 자체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주민사업체가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심도 있는 재심의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 측은 "관광두레사업은 3년 진행 후 평가를 통해 2년을 추가 지원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통보한 사실"이라며 "재심의를 통해 관광두레PD는 탈락되더라도 주민사업체에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한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