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개선회 활동영역 확 넓혔어요"

한국생활개선회는 농촌 여성의 삶의 질을 도모하고 권익을 증진하는 단체다. 1956년 출범했으니 올해로 설립 66년째를 맞는다. 전국에 10만여 명, 원주엔 6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생활개선회가 뭐 하는 단체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모임에 가입하면 주택을 개량해 주고, 농업 기술을 가르쳐주는 관변 단체쯤으로 생각하던 사람도 꽤 됐다. 

그런데 지금은 원주를 대표하는 여성 농업인단체로 거듭났다. 600여 회원이 단체 활동은 물론, 지역사회 봉사에도 구슬땀을 쏟고 있기 때문. 남녀 농업인단체를 통틀어 활동이 가장 활발한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김양금(61) 전 원주시생활개선회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6년 전 회장에 취임해 4년 동안 농업인 소득증진, 취약계층 봉사활동에 힘썼던 것.

봉산동 번재 마을에서 한우 사육과 논·밭 농사에 몰두하면서도, 생활개선회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다. 그 공로로 2019년에는 원주시 자랑스런 농업인에 선정됐다. 지금은 한국생활개선강원도연합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기도 성남이 고향이다. 20대 중반에 결혼해 원주사람이 됐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도시 처녀가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에 오니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답답했다. 그러던 중 1995년 동네 사람의 권유로 생활개선회에 가입했다. 이때부터 생활개선회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당시 생활개선회에 가입하면 정부와 원주시가 부엌과 화장실을 개량해 주었다. 이를 통해 많은 농촌 여성들이 생활개선회 회원이 됐다. 김 씨는 이들과 농업인 교육을 같이 받고,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우애를 쌓았다.

그들은 낯선 농촌 생활에서 반가운 이웃이 되어 주었다. 어려울 때는 든든한 친구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쌓은 우정은 훗날 김 씨가 원주시생활개선회장에 취임한 후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기분 좋은 날 프리마켓' 운영이었다. 김 씨는 "농사를 크게 짓는 사람은 상시 거래처가 있지만, 소농들은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을 거저 주는 경우가 많다"며 "연합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시장실에 찾아가 '프리마켓을 열 테니 시청 로비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귀여운 협박 덕분이었는지, 그 이후로 프리마켓은 한 달에 두 번 시청에서 열렸다. 출근 시간에 맞춰 회원들이 정성스레 키운 오이, 호박,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을 판매했다. 공무원과 방문객들은 이에 정당한 값어치를 지불했다. 2015년부터 시작한 프리마켓은 2019년까지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판매 대금의 10%를 활동 기금으로 적립했다. 십 원 동전 모으기 운동으로 마련한 돈도 원주시생활개선회의 사업 밑천이 됐다. 이렇게 모은 자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다.

김양금 씨는 "한 번은 태장동 모 장애인시설에서 '올해는 쌀 때문에 걱정이다'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며 "'집에서 쌀 한 대박씩 갖다주자'는 제안에 수백 명의 회원이 쌀과 생필품을 건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원주시생활개선회는 정신질환자나 노숙인 시설에 꾸준한 도움을 주고 있다, 원주로 이사 온 결혼이민자에겐 친정엄마가 되어주기도 했다. 

원주시생활개선회장을 퇴임한 후로는 강원도연합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마스크 품절 사태로 모두가 힘들었을 때는 원주시생활개선회원들과 마스크 필터 제작에 몰두했다. 생활개선회가 제작한 수만 장의 필터는 요양·복지시설, 지역 노년층에 전달됐다.

단체 단합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원주시생활개선회는 2016년 강원도 생활개선회원 합창동아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김양금 씨는 "회원들이 여름철 그 바쁜 와중에도 일하다 말고 장화 신고 찾아오고, 얼굴에 흙이 묻은 채로 연습에 참가했다"며 "합창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2~3개월을 열심히 준비하니 금상까지 받더라"라고 말했다.

사회자로부터 금상 수상단체로 호명되는 순간 김 씨나 회원 모두 말할 수 없는 감동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그동안 못했던 여행을 남편과 실컷 하는 것이다. 아이들 키우느라, 농사 일하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누리며 살고 싶다고 한 것. 사회복지와 관련한 전문적인 일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시모가 생전에 건강이 안 좋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이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것. 김양금 씨는 "모든 일을 내려놓으면 전문 사회복지사분들과 어깨를 부대끼면서 이웃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