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문체부 공모에 선정된 민족미술협회 원주지부가 학성동 역전시장 골목과 옛날 법원 인근 벽화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술 작업이다.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중요한 거점인 역전 시장 골목을 중심으로 작가와 주민들이 함께 북적댄 지 벌써 네 달이 흘렀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오게 하고, 예술인과 함께 하는 학성동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센터 입장에서는 참 반갑고 감사한 기회이다.

 새로운 예술 작업 시도, 예술인 일자리 제공, 주민 문화 향유 증진, 지역 공간의 품격 제고 등 거창하고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지역 주민과 예술인 사이에 벌어지는 사소한 해프닝도 많다. 그 과정에서 눈물 쏟고 맘 상한 사람도 여럿이고, 센터로 걸려온 항의 전화도 몇 차례이다.

 사실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알릴 시간이 부족했고, 알렸더라도 주민들의 의견대로만 진행될 수는 없으니 감수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다. 말이 없는 대형 벽화에 작업 할 때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일 것 같은데, 시장 골목은 계속 사람이 상주하는 곳이다 보니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작업에 대한 거침없는 평가들도 참여 작가들이 현장에서 온전히 부딪히고 의견을 반영해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 작가들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더라도 사실 몇 달 진행하는 단기 프로젝트 하나로 예술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갑자기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도시재생센터에서 2019년부터 문화를 통한 다양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체감 효과는 적을 것이다. 그래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한 주민들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 조심스럽고 내게는 권한 밖의 일이다.

▲ 민족미술협회 원주지부가 학성동 역전시장 골목과 옛날 법원 인근 벽화를 중심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원주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각자 삶의 터전인 공방은 돌보지 못한 채 학성동으로 출근하는 일이 몇 달 째 이어지고 있고, 그 중 몇 몇 작가는 오랫동안 비어 있던 상가를 임대해 학성동에서 터를 잡으며 주민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건물주는 사업 취지에 공감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 무상 임대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몇 달 동안 옆에서 지켜본 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은 주민들과 교감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너무나 애쓰고 있고, 그 노력을 누군가는 인정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장 골목 주민이 수고한다고 한 상 차려낸 막걸리 상에 미안해서 쩔쩔매며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들, 그 와중에도 작가로서 자존심과 기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애처롭게까지 느껴진다면 실례의 말일까?

 학성동에서 몇 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옥석을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막걸리 안주가 맛있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2022년까지 학성동 도시재생 사업으로 문화 공원과 공방이 조성되면 정착하고자 하는 마음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비바람 맞을 날들이 남았지만 원주의 구도심, 숨겨진 역전 시장 골목에서 문화예술이 꽃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앞으로도 따뜻한 눈으로 학성동과 역전시장, 그리고 참여하는 예술인과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주민들을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 민족미술협회 원주지부가 학성동 역전시장 골목과 옛날 법원 인근 벽화를 중심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김은영 학성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