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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국경과 피부색 떠나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는 차별 받아서는 안 돼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 지부장l승인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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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0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고 속헹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영하 18도의 한파가 몰아친 날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정부와 경찰은 질병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정책이 그 배후임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는 조건, 사업장 변경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 근로기준법 상의 휴일, 휴게시간도 적용 받지 못하는 현실이 속헹 씨를 죽음으로 내 몰은 진짜 이유인 것이다.

 속헹 씨의 죽임 이후 민주노총과 전국의 양심있는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요구들이 모아지자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책이라 하기에는 궁색하기 그지없는 겉핥기 내용만이 발표되었다.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해 정부는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들에게 입국 즉시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그들에게 월 13만 원의 보험료는 상당한 부담이다. 사업주에 고용되어 일을 하는데도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왜 임금 대비 가장 비싼 보험료를 그들에게 부과하려 하는가? 결국 건강보험 가입의 장벽은 높아지고 이주노동자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하게 되는 정책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하나, 현재의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의 삶은 개선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는 작업장 변경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사업주의 중요한 귀책사유가 있을 때만 옮길 수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이런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Modern-day slavery)라 비판했다. 고 속헹 씨의 죽음으로 정부는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사유 하나를 추가했다.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경우 이주노동자가 직접 입증할 때 회사를 옮길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변경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 그 시간 동안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각종 탄압과 횡포 밑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떤 폭력이 가해질지 모르는 상황을 버텨야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왜 폭력과 공포를 이주노동자들에게 덮어 씌우는가? 자유롭게 노동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이주노동자에게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주노동자 숙소와 관련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불법가설물만 단속하겠다고 한다. 비닐하우스 밖 가설물은 숙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진정 비닐하우스만 겉어내면 주거환경이 개선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책이다.

 국경과 피부색을 떠나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는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함께 일하고, 함께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가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주거환경 개선부터 시작하자. 늦었지만 경기도는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강원도에서도 시작하자.

 원주에서 먼저 추진하자. 이주노동자 숙소 및 주거 환경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하자. 그리고 함께 어깨 걸고 나가자. 전 세계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과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함께 꿈꿔 보자.


조한경 민주노총 원주지역 지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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