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민과 문막읍민의 한사람으로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새해 벽두였다. 과연 정치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필요한 것인지도 새삼 뒤돌아보게 된다.

 한 세대의 세월이 흐른 우리 지방자치 현주소는 아직 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감투 쓴 자의 독점화된 구호와 선동만이 반복되고 일상화되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 급기야 더 부끄럽고 숙고해야 할 주홍글씨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더 큰 선동으로 지역발전을 외치며 별도의 철도 노선을 건설해 '문막역'을 2곳씩이나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이 상황에 더욱 경악스러워진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원주투데이 지면을 통해 명실상부한 수도권전철과 문막역 개설의 당위성을 네 차례 역설한 바 있다. 그간 여러 차례의 지방선거, 총선, 대선을 반복하면서 표를 얻기 위해 약방의 감초처럼 이용되어 재미를 보았던 '수도권전철 유치' 공약의 결론은 수도권전철 유치 실패, 문막역 개설 무산으로 끝났다.

 이 같은 지역 차별 결정에 지방민으로서 몽니 한번 제대로 부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원주 차별도 감사하니 어서 연결만이라도 해달라고 구걸하다시피 해온 대표 선수들에게 이제는 측은한 마음이 앞선다.

 애초부터의 접근 방법이 오늘의 결과가 예견되었기에 필자가 여러 차례 펜을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원주의 대표 선수들은 여전히 이 사업의 핵심인 수도권전철 유치와 문막역 개설 문제는 은폐한 채 외부 철도 노선(수광선: 수서~광주)의 신설로 인한 여주~서원주간 교통량 증가로 불가피하게 단선에서 복선으로 변경된 사안만 가지고 마치 본인들의 정치력으로 연결된 것처럼 원주시민들을 호도하기에 바쁘다.

 지금은 승리의 개가(凱歌)를 알리는 현수막이 아니라 통한의 대시민 사과와 반성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이것이 우리 원주 지방자치의 수준이다.

 사실, 여주~서원주간 철도 노선은 경강선 전체 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이었기에 국토부의 입장에선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개통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개통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사업이었다. 따라서 우리 원주시가 장기적 관점에서 원주 전체의 철도교통 수요와 균형적인 도시발전을 내다봤다면 철도 노선의 성격(수도권전철이냐 간선철도냐)과 노선의 위치(문막역 신설 등)를 우선순위에 두고 중앙정부 또는 다른 지자체와 협상을 관철시켰어야 했다.

 원주시장 3선 내내 개통 시기만을 앞당겨야 하는 당위성으로써 시민들에게 설파한 간현 출렁다리를 포함한 인근 관광단지 방문객 수요와 관광도시 원주의 확장성 근거는 매우 근시안적 판단이고 편협한 원주만의 우물 안 발상이었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같은 수도권전철 이용객을 선점하기 위해 수도권과 더 근접한 여주시에서 간현 출렁다리 보다 2배 이상 더 긴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515m 출렁다리를 지난 3일 착공했다. 이는 광대한 국가하천 위에 건설하는 국내 최초의 출렁다리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사는 터전을 스스로 폄훼하고 싶은 팔불출이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 원주시는 청정 강원도 전역과 동해안으로 가는 경강선 노선의 일개 지역뿐이라는 점도 냉철하게 직시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간현관광단지 사업 리스크 관리에 다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대중화된 철도교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농촌 면지역조차도 전철역이 개설되는 판국에 이 수도권전철은 최소한 문막읍을 경유하여 중앙선과의 접점인 서원주역까지는 연장되어야 하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상식이다. 경기도 끝자락 여주까지만 수도권전철을 운행하고 강원도 땅부터는 간선철도를 놓아주겠다는 그 발상 자체가 지역 차별의 전형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더 청정 강원의 환경과 산업이 가치를 인정받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도권 개발 및 이용 제한지역에 묶여 지역발전의 족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덧붙여 철도 대중교통 이용권조차 배제되어 차별대우를 감내해야 하는 이 모순을 우리 후세대까지 물려주게 되었다.

 울화통이 터진다. 사연은 이러한데 여전히 '수도권 시대 도래'의 나발을 정신없이 불어대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존경하는 원주시민 여러분!

이준희 농촌마을만들기연구소 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