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극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보낸 이 메일에는 아카데미극장을 구하기 위한 '100인 100석' 프로젝트를 알리는 내용이 있었다.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하기 위해 최소 100만 원씩의 돈을 100분께 기부 받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메일을 보고 '1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기부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극장을 구하는 게 그렇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큰 금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아카데미극장을 구하기 위해 영상을 보내고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사람들은 아카데미극장을 남겨두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졌다.

 "엄마 아빠는 아카데미극장 알아? 거기 가봤어?" 부모님께 아카데미극장을 아는지 여쭤봤다. "그 옛날 극장?" 엄마는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작년 영화를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는데 옛 극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신기했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그 뒤로도 옛날에 갔던 극장과 그때 봤던 영화들이 어땠는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한참이나 이야기하셨다.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극장을 찾아 돌아다니고 학교를 몰래 빠지면서도 갔던 옛날 극장, 원주에 남아있는 마지막 단관극장. 엄마에게 이 극장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아카데미극장은 그냥 사라져가는 것 중 하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옛날에 존재하던 것들은 사라져간다. 내가 어렸을 때 사용하던 카세트플레이어는 이제 집에 먼지가 쌓여 건들지도 못하게 되었고, 내가 초등학교 때 놀던 놀이터는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지도 않다. 시간이 흘러 추억의 물건과 장소들이 사라져가는 것처럼 아카데미극장도 그냥 사라져가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본 '시네마 천국'이라는 한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 속에서 영화를 사랑하던 그 꼬마의 모습은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해도 된다는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아카데미극장도 나에게 그런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1963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의 곁에 우직하게 남아있는 이 극장은 우리 부모님께는 기분 좋은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었고, 나에게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위로를 주었다. 우리의 추억과 낭만이 남아있는 장소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해주는 문화예술 공간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의 단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는, 그마저도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는 아카데미극장은 과거의 추억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단지 옛것, 과거에 존재하던 것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이 극장은 우리에게 미래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서울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높고 크고 웅장한 건물들의 뒷면에는 모두 투쟁의 역사가 남아있었다. 동대문 DDP의 건설 이전에는 동대문 운동장에 존재하던 풍물시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모두 쫓겨났고, 서울의 많은 동네에서는 개발을 위해 많은 사람을 벼랑으로 내몰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여러 공간이 없어지고 새로 생겨났다.

 지금의 원주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작은 주택과 건물 대신 우뚝 솟아있는 고층 빌딩, 계속해서 세워지는 아파트는 옛날의 원주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이 변화의 뒤에는 투쟁의 역사가 남아있다. 지금의 아카데미극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도 우리가 앞으로 겪어갈 변화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근거로 이 변화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경제 논리로 인해 앞으로 사라져갈 미래의 공간들이 눈에 보였다. 마음이 씁쓸해졌다. 이 냉정한 사회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경제 논리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의 미래에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은 과연 무엇일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 논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문화와 예술, 사랑과 미는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아카데미극장이 원주에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추억을 느끼고, 미래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얻어갈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이 원주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이 된다면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계속 생각한다면 말이다.

이다슬 북원여고 졸업 이화여대 사회학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