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규제를 설 연휴까지 연장 시행하기로 하였답니다. 갑갑하고 성가시게 여기던 입마개 사용이 이제는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고, 절제된 사적 모임과 설 명절을 앞두고 가족 친지간 방문을 자제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입니다.

 지난 연말 송년 모임을 포기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 설은 각자 집에서 지내는 게 좋겠다는 큰형님의 전화를 받는 순간 종갓집 맏이로서 80 평생을 지켜왔던 틀을 스스로 허무는 결심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당신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며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며칠씩 만두를 빚고 떡국 떡을 썰며 부침개를 부치는 것으로 설을 준비하면 보름이 지나도록 손님들로 북적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십 년 넘게 아버지를 간병하던 큰형수마저 병이 도지면서 친지와 손님의 왕래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래도 형님 내외는 여전히 푸짐한 음식으로 그들을 대접하고 돌아가는 손길마다 무엇 하나라도 쥐어 보내기를 전과 같이 하셨습니다.

 큰형수의 병이 깊어지고 우리 형제들의 아이들도 성장하여 결혼을 하는 나이가 되면서 음식을 간소화하고, 조카들의 시댁과 처가까지 고려해야 하는 가족 모임이 불편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동안 종갓집 종손의 고민은 남달랐을 것입니다.

 언론은 설을 비롯한 명절로 인한 가족 친지간 불화와 사건을 연례행사처럼 뉴스로 보도하고 관광지에서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리고 연휴를 즐기는 새로운 풍속을 소개하는 것이 여러 해 되도록, 일상처럼 만나고 음식을 장만하며 상머리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때는 성가시고 귀찮게 여겼던 부분들이 지금 새삼 아쉬움으로 생각 드는 것은 그 과정 속에 배어있던 형제 가족의 우애와 사랑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아내와 남편, 그리고 자녀에게로 국한되는 사랑의 표현이 익숙한 생활을 한지 여러 해 되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는 어느새 뒷전이 되고, 이웃은 멀게만 느껴지는 사회가 되더니,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분으로 가족마저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생계의 극한적 위기를 호소하는 이웃이 늘어나고, 소통의 단절이 만연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의 평안은 갈수록 줄어들기만 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날로 커지기만 합니다.

 이제 코로나19는 일상의 한 영역이 되었다고들 합니다. 미래사회는 먹고 살기가 더 힘들 거라고들 합니다. 그런 사회를 살아야 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귀성을 자제해야 하는 이번 설에는 부모님과 가족이 밥상머리에 마주 앉지 못하더라도 이웃에 대한 배려와 자식에 대한 사랑 못지않은 마음 씀씀이가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특히 부모님을 먼저 공양하고 자식을 보듬는 심성이 자녀들에게 전해지는 밥상머리교육이 가정마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여러분과 같은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정광호 원주문인협회 고문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