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가 최근 문화의거리 창작스튜디오의 관리주체 변경을 추진하면서 인근 상인들과 예술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창작스튜디오를 찾아 전시를 감상 중인 시민들.

인근 상인·예술인, 일방추진 반대 연대서명 등 예고

문화의거리 창작스튜디오 관리주체가 (재)원주문화재단에서 여성가족과로 변경 추진되면서 인근 상인과 예술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중앙동 문화의거리 중앙청소년문화의집 1층과 지하에 조성된 창작스튜디오는 (재)원주문화재단이 지난 2011년부터 갤러리로 전환, 운영해 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몇몇 카페 갤러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원주에 유일한 소규모 전시시설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까지 전문예술인의 개인전과 동호회 단체전 등 다양한 성격의 전시가 이어지면서 길 건너 맞은편에 조성된 야외공연장과 함께 문화의거리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원주시는 최근 창작스튜디오 관리를 여성가족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재산관리관 변경을 진행 중이다. "공간이 협소해 시설이 분산되면서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중앙청소년문화의집의 요청을 반영한 결정이다.

청소년 시설을 집적화해 원도심으로 청소년들을 유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1층 전시공간의 기능은 그대로 두고 지하 전시공간을 리모델링해 청소년들의 연습실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옛 원주여고에 개관하는 복합문화교육센터와 이전을 앞둔 신축 원주문화원 등에 새로운 전시공간이 들어서는 것도 고려했다는 것이 원주시의 설명이다.

원주시에 따르면 원주복합문화교육센터 신명관과 미담관에 각각 81㎡ 크기의 전시실과 473.76㎡ 규모의 다목적홀이 설치된다. 신축 원주문화원에도 429㎡ 규모의 전시실이 들어선다. 복합문화교육센터 내 그림책센터와 그림책도서관에도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 예술인들과 인근 상인들은 원주시의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는 문화의거리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의 관리주체를 변경하면서 인근 주민이나 지역 예술인들로부터 한 마디 의견조차 구하지 않았다는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관리주체가 변경되면 결국 활용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언급한 이상훈 중앙동 도시재생주민협의체 운영위원장은 "원도심 재생을 추진하면서 문화플랫폼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현실화된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면서 "다양한 문화공간을 조성해도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공간마저 일방적으로 관리를 변경하겠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병호 백석대대학원 교수도 "창작스튜디오와 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이 예술가들로부터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라며 "옛 원주여고에 조성한 복합문화교육센터는 예술인들과 동호인들의 인큐베이팅(Incubating) 성격의 시설이지 창작스튜디오를 대체하는 갤러리로 활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지역 미술인들이 경쟁적으로 창작스튜디오를 찾은 이유는 이 곳 만큼 접근이 용이한 소규모 전문 전시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회하면 당연시됐던 치악예술관 전시실이나 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의 경우 대규모 공모전이나 규모가 큰 단체의 회원전은 적합하지만 개인전이나 소규모 그룹전을 하기에는 공간을 채워야하는 부담이 크다.

시내 중심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관람객 유인효과가 높다는 점과 저렴한 대관비용도 주머니가 가벼운 예술가들에게는 매력일 수밖에 없다. "지역 곳곳에 전시를 할 곳이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전시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역 미술인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상인들과 예술인들은 창작스튜디오 관리주체 변경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을 추진 중이다. 의견이 모아지면 설 연휴를 전후해 성명을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