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후 농업 인구 비교해보니…
1995년 2만9천577명…2019년엔 1만2천994명
최근 5년간 800명 감소…10년 뒤엔 대거 줄 듯

1995년 단행된 시·군 통합은 원주시 인구가 20만 명을 넘는 도화선이 됐다. 통합 전 원주시 인구 17만9천828명과 원주군 5만954명이 합쳐졌기 때문. 통합 원주시 인구는 이후부터 지속 증가해 2020년 말에는 35만4천376명을 기록했다. 

통합 전후를 비교하면 원주 전체 인구는 12만2천149명 증가했다. 동(洞)지역은 18만232명에서 27만2천328명으로, 읍·면(邑面) 지역도 5만995명에서 8만2천48명으로 늘어난 것. 그런데 과거 원주군에 속했던 읍·면 지역에선 농촌인구가 오히려 줄었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원주기업도시와 흥업면 3개 대학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기업도시는 지정면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도시지역이고, 흥업면 3개 대학의 상당수 재학생은 방학이면 제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 실제로 시·군 통합 이후 농촌 지역에서 인구는 3만1천 명 늘었는데, 이중 기업도시 인구가 2만5천62명을 차지했다. 

시·군 통합 전과 2020년 말을 비교해도 9개 읍·면지역 중 5개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지정면 기업도시의 특수성을 포함하면 9곳 중 6곳에서 인구가 줄었다. 인구가 증가한 문막읍, 흥업면, 판부면도 도농복합지역의 형태를 띠고 있어 순수 농촌인구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농촌 지역엔 인구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해마다 인구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주 농업은 이미 '초고령화'  
농업인구는 더 큰 문제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원주사무소에 따르면 원주시 농업경영체 등록 인구는 2019년 말 1만2천994명에 불과했다. 1995년 농업인구가 2만9천57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만6천583명(56%↓)이 줄어든 것. 

게다가 원주시 농업인구는 이미 초고령화를 넘어선 상태다. 관내 농업인구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60대 5천116명(39.4%), 70대 2천610명(20.1%), 80대1천489명(11.5%)을 기록했다. 60대 이상 농업인이 전체 농업인 비중의 71.6%에 달한 것.

원주시농민회 이광원 회장은 "2014년부터 5년간 40대에서 200여 명, 50대에서 800여 명에 가까운 농업인이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10년 뒤부터는 원주농업의 위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부론면은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인구가 채 열 명이 안 되는 곳도 있다. 면 전체를 통틀어서도 한 해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 이는 귀래면도 마찬가지여서 한국고용정보원은 부론과 귀래지역을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농업 발전 큰 그림 그려야"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농업의 위기는 농업인 사이에서 최대 이슈이다. 농업인들은 원주시가 모든 농업 정책을 쇄신하고 비상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농업 정책으로는 농촌인구 유입은커녕, 농촌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 이를 타계하기 위해 농업예산을 전체 예산의 10%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원창묵 시장도 지난 2010년, 시장 후보 시절 농업예산의 대대적인 증액을 약속했다. 농업예산 규모를 전체 예산의 10% 수준으로 증액하겠다고 공약한 것. 하지만 이 공약이 실현된 해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도 본예산 1조5천289억8천300여만 원 중 농업 예산은 897억99여만 원(5.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농업인 단체들은 '농업예산을 1천500억 원 대로 증액하라'는 현수막을 원주 곳곳에 게첨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농업인들 스스로 농업·농촌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사업안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마을만들기' 사업과 '기업형 새농촌 우수마을'  등을 추진해 농가소득 증진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제안해 추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원주푸드 신활력플러스사업을 통해 주민 제안 사업이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정도다. 이도 아직은 초기 수준이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농업인들이 예산 증액만 요구할 게 아니라 증액된 예산으로 농업농촌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며 "원주시도 농민들이 미래 농업 발전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