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구급대원 안전이 최우선이죠"

원주는 도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도시이다. 지난 30일 기준 도내에선 1천171명이 확진됐는데 이 중 306명이 원주 사람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외에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은 사람까지 계수하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감염병 확진자나 의심 환자를 안전하게 병원까지 이송하는 일은 오롯이 원주소방서 119구급대의 몫이다. 

지난해 2월 27일 원주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13대의 구급차와 105명의 구급대원이 환자 이송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구급대원 감염 사례가 단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확진자와 의심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원주소방서 우창호(53) 계장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창호 계장은 소방서에서 구조·구급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구조·구급대 차량과 인원 배치, 운영 계획, 행정적인 지원과 교육 등을 담당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는 아침 첫 일과로 밤새 확진자 현황을 살펴보고, 대원들이 이를 적절히 대처했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확진자와 의심 환자 발생 동향을 파악하고 이송 과정 중 대원들이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며 "혹시라도 대원이 감염되면 확진자 이송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평창소방서에서 근무했다. 작년 1월 2일 원주소방서로 전입해 구조·구급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원주에 온 후 그가 가장 먼저 챙긴 일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이었다. 국내·외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원주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이강현 교수와 구급대원 환자 이송 매뉴얼을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전 대원에게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구급대원이 출동 전후 감염보호복을 어떻게 입고 탈의해야 하는지와 같은 아주 세세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우 계장은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발생 가능한 모든 사례를 연구했다"며 "그렇게 철저히 준비했음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우 계장이 제작한 동영상 교재는 도내 전체로 퍼져나갔다. 원주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니 다른 소방서에서도 이를 참고하기 시작한 것. 확진자가 발생되면 환자 이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급차 소독과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많은 소방서가 원주 사례를 참고했다.

위기도 수차례 겪었다. 작년 2월엔 우산 119안전센터 구급대원이 의식불명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자 소방서가 발칵 뒤집혔다. 이 때문에 우산센터 전 대원이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만 했다. 다행히 하루 만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곧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도내 최초로 구급대원을 위한 임시 격리시설을 만든 것도 우 계장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는 대원들은 자신 때문에 가족이 전염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엔 퇴근을 미루고 소방서에서 대기하는 직원이 상당수다. 우 계장은 이들을 위해 관내 모 의용소방대 건물을 임시격리시설로 조성했다. 직원들은 물론, 가족까지 배려한 조치였다. 

지난해 2~3월 마스크 품절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병원과 기관에 협조를 구해 구급대 전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했다. 원주소방서 예방안전과 이태규 소방관은 "소방서 직원들이 코로나 감염 없이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우창호 소방관의 열정적인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구조·구급대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그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30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온갖 어려움을 경험해봤던 것. 소방대원으로 첫 현장에 투입했을 때도 대형화재를 경험했다고 했다.

우 계장은 "1992년 원주에서 한 남성이 종교시설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며 "당시에 민간인 15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는데 처음 현장에 투입됐던 터라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화재나 구급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후배들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보탬이 되고 있는 것. 

그는 "30년 전에는 장비라든가 제도가 제대로 뒷받침이 안 돼 힘들 때가 많았다"며 "제가 그 어려움을 아니까 동료 구급대원들에게는 최대한, 어떻게든 지원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원주소방서는 구조·구급대원들의 헌신으로 강원도 긴급구조 종합훈련평가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