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면 황둔·송계마을은 '찐빵마을'로 불린다. 리 단위의 작은 마을이 찐빵 명소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전국 최초로 '쌀 찐빵'을 개발한 하문호(63) 황둔쌀찐빵 회장의 노력이 컸다. 2001년 하 회장이 황둔으로 찐빵가게를 이전해 쌀 찐빵을 개발하자 각종 매스컴에 보도되며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하 회장이 처음 황둔에 찐빵가게를 열 때만 해도 두 곳이었던 찐빵가게는 현재 8곳이 운영 중이다. 20여 년 동안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해온 덕에 두 아들이 가업으로 이어갈 정도로 탄탄한 브랜드가 됐지만 쌀 찐빵을 개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 회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8시면 가게에 나와 찐빵을 만든다.

 하 회장이 찐빵과 인연을 맺은 건 1995년 원동에서 찐빵·만두가게를 시작하면서다. 영업직, 유통업 등 다양한 직무 경험을 하던 중에 작은 가게로라도 자영업을 해보자는 아내의 권유로 업종을 고려하게 됐다. 당시 성업 중이던 원동의 찐빵·만두가게를 인수받게 되었고, 요식업이나 식품 제조에는 전혀 경험이 없던 터라 1년 가까이 기술 전수를 받았다.

 찐빵과 만두 빚는 일이 손에 익어 장사에도 탄력이 생겼는데 IMF 이후 무실로 포장 공사로 인해 가게를 이전해야 했다. 사업을 시작하며 빚도 진 상태에서 새로운 가게 자리를 찾기 위해 6개월 동안 원주를 기점으로 여주, 이천, 영월, 단양, 제천 등 3개도를 다녔다.

 큰아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라 원주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로 여러 지역을 알아봤지만 마땅한 상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신림면 황둔리에 오게 됐는데 유동인구가 꽤 되었다. 찐빵가게도 두 곳뿐이었지만 손님들이 대량으로 구매해가는 모습을 보고 황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1년간은 기존 방식대로 찐빵을 만들었다. 맛은 괜찮은데 생각보다 운영이 잘되진 않았다. 당시 안흥찐빵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을 때라 하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 해서 황둔찐빵만의 차별화된 맛을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밀가루에 농사짓는 곡물을 섞으면 어떨까 싶어 보리, 메밀 등을 넣어 만들어봤지만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다. 남녀노소 모두 잘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뭘까 고민하다가 우리의 주식인 쌀을 떠올리게 됐다. 마침 당시엔 직접 농사지은 쌀도 다 팔지 못하고 남는 시기였다. 우리 쌀 소비 촉진 운동 차원에서도 좋은 재료라 생각해 쌀 찐빵을 개발하게 됐다.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쌀 찐빵이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었다. 반죽할 때의 모양은 예쁘게 빚어지지만 찌고 나면 모양이 찌그러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숱한 노력 끝에 쌀가루와 밀가루의 적절한 배합과 발효에 필요한 비법 재료를 알게 됐다. 그렇게 하 회장만의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황둔 쌀 찐빵이 탄생하게 됐다. 쌀 찐빵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밤새 찐빵을 빚고 쪄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제때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 회장은 장사가 잘된다고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품 연구를 해 당근, 옥수수, 단호박 등 다양한 맛의 찐빵을 선보였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찐빵소도 팥만 만들지 않고 완두, 호박, 고구마 등 여러 종류를 만들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하 회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품 개발은 계속하고 있다. 외식업계의 변화는 빠른 편이라 항상 대비책을 생각해야 한다. 영양학적인 재료에 주안점을 두고 계속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3대 독자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어야 했던 하 회장은 한창 사업으로 바쁜 시기였던 2005년, 상지영서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해 만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년제 졸업 후 편입해 4년제 학사를 마친 후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도 밟았다. 대학원 입학 후엔 쌀 찐빵을 베트남에 수출하게 돼 학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7년여의 긴 시간 끝에 대학원 석사를 마친 하 회장은 상지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이어갔다. 올해 제조서비스업에 관한 논문을 제출하고 통과돼 내년 2월이면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15년의 긴 학문 여행 완주를 눈앞에 둔 하 회장은 "황둔쌀찐빵은 아들들이 가업으로 잘 이어가고 있으니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과 훈련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싶다. 지역의 청소년 인재 양성이나 청년 창업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연구소를 차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진아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