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예결위 2차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위원장 선출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의회가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그런데 원주시의회는 올해 자리싸움 하느라 자신들의 역할을 스스로 방기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위원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며 파행을 거듭한 원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더불어민주당의 양보로 지난 14일에야 위원장 선출에 합의했다. 예결위가 처음 열린 지난달 19일부터 따지면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놓고 무려 한 달을 소비한 것이다.

당초 예산이 예결위 심의 없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심사를 이어가는 의욕도 보였지만 만 이틀 만에 예결위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졸속심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경제위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이던 지난 9월 원주시 공무원들과 술자리를 가져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샀다. 11월에는 원주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대중교통연구팀이 제주도 연수를 강행,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지난 17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청렴도 측정 결과 원주시의회 종합청렴도가 5등급으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시민들을 또 다시 실망시켰다.

최근 ▷주민 조례 발안제 도입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의회 인사권 독립 ▷자치입법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분권 시대로 한걸음 다가서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원주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갈린다. 원주시의회가 ‘환골탈태(換骨奪胎)’에 버금가는 노력으로 실추된 명예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