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관리를 통해 다양한 장애인 가족을 만났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32살의 장성한 청년으로 키우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가족들은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인의 경험을 바탕삼아 정성어린 조언을 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술술 속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장애인가족들은 특히나 경계심을 날카롭게 세웠다.

 

　그럴 때면 명쾌한 해답을 줄 순 없어도 갑갑한 속은 뻥 뚫리도록 넋두리는 들어줄 수 있다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렇게 만남을 늘려가다 보면 아픈 속내까지 말하는 사이가 됐다. 사회복지사에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같은 사정을 겪는 이 씨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한국문화에 서툰 다문화가정 여성의 장애아동 양육 고충, 장애아동 양육 갈등으로 이혼한 한 부모 가정, 비장애인 형제의 소외감으로 힘들어했던 가족들이 그녀와 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해소했다.

 

　오랫동안 사례관리에 참여하다보니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상담 요청도 수차례다. 이 씨는 그때마다 몇 시간씩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위로를 건넨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사례관리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씨는 올해 원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동료상담가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 8명의 동료상담가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해 장애인가족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 씨는 직접 찾아가는 상담도 지원한다. 그녀가 맡은 가정은 엄마와 딸이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가사에 어려움이 컸다. 매 끼 식사도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가족을 위해 요리를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지난 11월 상담이 종료됐지만 그녀는 해당 가정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센터에 전했다. 그녀의 제안을 반영해 내년에는 전반적인 대청소와 함께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정리정돈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씨는 "내가 동료상담가로서 하는 일은 그저 속사정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필요한 내 경험을 나누는 일일 뿐"이라며 "하지만 나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지원을 연계해 장애인가족의 어려움이 해결될 때 동료상담가가 가치 있는 역할임을 깨닫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