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전국 10곳에 건설됐다. 수도권 과밀화 및 양극화를 해소하고, 인구절벽 상태에 놓인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 원주혁신도시도 그중 하나이다. 혁신도시 건설로 인해 원주시는 양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혁신도시가 조성되기 전인 2007년 원주시 총사업체 수는 2만2천여 곳이었다. 2012년에는 2만4천700여 곳으로, 2017년에는 2만8천800여 곳으로 각각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2.4% 증가했으나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증감률은 16.4%로 확대됐다. 총고용자 수 증감률은 확대 폭이 더 컸다. 2007년∼2012년 증감률은 17.3%이었으나 2012년∼2017년 증감률은 32.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고용수, 상용노동자수 등의 일자리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혁신도시 효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주혁신도시는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다. 혁신도시 조성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현재 계획인구 달성률은 75.6%에 그친다. 수요예측에 실패했거나 정주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원주혁신도시는 땅값이 싼 논·밭을 계획도시로 조성했음에도 분양가가 비쌌다. 분양가를 보존 받기 위해 임대료도 비싸게 받다 보니 건물 공실률이 높다.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원주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의 가족동반 이주율도 63.8%에 머물고 있다. 혁신도시를 계획했을 당시에는 수도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가족 모두 이사할 것이란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36%는 기러기 생활을 감수하고서라도 수도권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멀수록 가족동반 이주율이 높은 것을 볼 때 원주혁신도시 공공기관 종사자의 가족동반 이주는 현재로선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원주혁신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45.6%였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평균인 45.5%와 비슷했다. 치악산 밑에 조성된 원주혁신도시는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55.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교통환경 만족도는 29.1%로 매우 저조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리적 불편도 응당 해결해야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는 일이다. 원주혁신도시는 여전히 외로운 섬 같은 존재다. 시민들도 낯설게 여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의 극대화는 곧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