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기념물 제167호 반계리 은행나무.

작년까지는 불편해도 참을만했다. 신목(神木)을 머리맡에 두고 사는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올가을은 달랐다. 주민들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주말과 휴일이면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큰 도로까지 차량으로 1분 거리인데, 올가을엔 30분가량 걸린 적도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167호인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 아래 사는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반계리 은행나무 수령은 800∼1천 년으로 추정될 만큼 생물학적 가치가 높다. 신목 역할을 하는 등 민속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올가을 반계리 은행나무를 보기 위한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 것이다. 문막에 거주하는 곽희운 시의원은 “SNS를 통해 반계리 은행나무의 웅장한 자태가 알려지면서 올가을 전국 각지에서 반계리 은행나무를 보러 방문했다”고 전했다.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곤혹스러웠다.

반계리 은행나무로 가는 마을 안길은 두 갈래다. 반계리 은행나무를 기준으로 마을 주민들은 왼쪽 길을 출구, 오른쪽 길을 입구로 사용하고 있다. 외지 방문객은 이런 기준을 알 리 없다. 게다가 네비게이션에 반계리 은행나무를 입력하면 출구 쪽으로 안내한다. 외지 방문객 대다수가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반계리 은행나무를 찾아오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마을 안길에서 들어가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이 뒤엉킬 수밖에 없었다.

외지 방문객 입장에선 잠깐의 불편일 수 있겠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상황이 다르다. 은행나무 바로 아랫집 주민은 차량으로 1분 거리인 큰 도로까지 30분이나 걸린 적이 있다고 한다. 원주시 관계자는 “외지 방문객이 집 앞에 주차해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했다. 주말과 휴일에는 반계초등학교에 주차가 가능하도록 학교 협조를 받았지만 이용자는 드물었다.

이 같은 불편이 연중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원주시의 고민이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이후 떨어져 바닥을 노랗게 물들이는 3∼4주간 방문객이 집중된다. 원주시로선 진입로 신설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마을 입구에 주차장을 설치하거나 관리인력을 배치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주시는 반계리 은행나무 앞 공연장 이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나무 앞에는 공연장, 화장실,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공연장이 은행나무 조망권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체·이설이 가능한 조립식 공연장이어서 문막체육공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철제 울타리 대신 친환경적인 울타리로 높이가 낮은 관목을 촘촘히 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