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공감 중증장애인들이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의뢰한 곤충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과 장애인보호작업장 행복공감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곤충 선별사 양성 과정이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단순 제조업에만 국한됐던 장애인 일자리 분야가 자연과학 분야로까지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원주시에서 처음 시도한 중증장애인 곤충 선별사 양성 과정이 우수사례로 주목받으면서 올해는 전국 5개 사업장으로 확대 운영한다.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추진하는 곤충 선별 작업은 각 지역의 생태계를 살피고자 채집한 곤충 시료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채집통에 잡힌 곤충을 분류하는 기초적인 사전 연구로, 나뭇잎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곤충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선별 작업은 연구자나 대학원생이 참여해왔으나 시료양이 많아 인력 부족으로 분류 작업에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난 해 곤충 선별 작업을 장애인보호작업장인 행복공감에 의뢰했다. 같은 종끼리 곤충을 분류하는 작업을 장애인들도 훈련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명의 장애인 근로인을 선발해 3개월 가량 하루 8시간 씩 곤충 선별 작업을 진행했다. 단순히 종류별로 곤충을 분류하는 작업이지만 크기가 매우 작아 나뭇잎과 구별하기 어려운 종들도 많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핀셋과 스포이드, 붓 등을 이용한 섬세한 작업도 요구됐다. 하지만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선별 작업에 익숙해지면서 중증장애인의 새로운 일자리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원주에서 시도한 사례가 지난해 '2019 중증장애인 고용확대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우수사례로 주목받으면서 올해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국립공원공단이 함께 협력해 전국 5곳의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장애인훈련인 4명과 훈련지원인 1명을 선발해 '곤충 선별사 양성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훈련인 4명 중 50% 이상을 근로인으로 전환하면서 근로 참여자를 늘리는 것이다. 

근로 훈련에 참여하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행복공감 이영주 부장은 "단순 제조업에서 일할 때는 힘들어하셨던 분이 곤충 선별사 과정을 하면서 차분하게 집중력을 발휘하는 등 높은 업무 능력을 보이고 있다"며 "가족들도 공공기관 관련 업무를 하는 것에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인에 비해 업무 속도가 뒤떨어지지만 계속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국립공원연구원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해 업무량이나 속도보다는 장애인들이 선별 기능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도록 정확성에 중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곤충 선별 과정에 참여한 근로인들을 명예 연구원으로 임명하는 등 자긍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국립공원연구원 한태만 박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중증장애인이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국립공원공단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연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공원연구원은 앞으로 단순 분류 작업 외에도 곤충 표본 등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중증장애인 참여 분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