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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살이 청소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홀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은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강유홍 청소년sos공감행동 비지트 활동가l승인2020.10.26l수정2020.10.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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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지난겨울, 밥차로 인연이 된 스무 살 청춘들을 길에서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모의 돌봄으로부터 멀어져서 짧게는 삼년 길게는 십년 이상을 홀로 살아온 이력이 있습니다. 밥을 먹는데, 재난 경보음이 울립니다. '한파주의보라도 내리려나' 하는데 영수(이하 모두 가명)가 전화를 받습니다.

 "밥 먹는 중인데 다시 전화할께요." 그는 남쪽에서 혼자 올라와 학교를 다녔는데, 알바가 밤늦게 끝나 지각과 결석이 쌓이는 바람에 출석일수 미달로 부득이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졸업을 두 달 남겨두고 벌어진 일입니다.

 "재난 경보 아니었어?" "엄만데요." 다들 킥킥거리느라 밥숟가락을 내려놓습니다.
"엄마 전화가 재난 수준인거지?" "그게 아니구요, 일단 경계는 해야 돼요.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거든요" "너희들은 어떻게 저장해 놓았어?" "전 수정이요. 엄마 이름인데요"

 일곱 살부터 시설을 돌며 살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시설을 나와서 또래살이를 전전하고 있는 영희는 '엄마는 그냥 수정씨일 뿐'이라고 합니다.

 "난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부터 해보자'예요." 일행 중에 유일하게 고졸인 도훈이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엄마가 나한테 전화를 한다는 건 엄마가 경찰서에서 무슨 연락을 받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잘못한 게 뭐였을까를 알아서 대답을 해야 덜 혼나거든요." "슬기로운 대응책이네. 그럼 너는?" 말없이 밥을 먹고 있던 수동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아 샘, 저 엄마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 날의 회식이 있고나서 꼭 열 달이 흘렀습니다. 지난 이월부터 밥차는 청소년 식당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기왕에도 거리가 먼 사이였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아예 연락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몇몇은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만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지내는지 형편을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 열 달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자동차 수리업체에 취직한 영수는 두 달도 못 채우고 해고자가 되었습니다. 어리고 경력도 거의 없는 그가 코로나 해고 일차 대상이 된 것입니다. 영수는 일 년 계약을 한 방세를 내는 게 힘들어서 최근에 일자리를 찾아서 원주로 돌아왔습니다. 자동차 일을 더 해보고 싶은데, 그가 배우고 경력을 쌓아갈 만한 곳은 없습니다. 급한 대로 김치공장이라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 첫 진출에 실패했다고 믿는 그는 전에 없던 우울증이 생겨서 잠도 쉽게 들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서 마음 독하게 먹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영희는 '정말 공부가 너무 어려워' 따라갈 수가 없어서 시험을 한 달 앞두고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검정고시 준비라도 하고 있어야 사회적 보조를 받을 수 있는데, 가서 앉아 있기만 하는 일도 자존심 때문에 더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영희의 기억 속에 초3 이후에는 학교 공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하면 된다'고 북돋아서 시작한 공부인데 결국 '되면 하자'로 전략을 바꾸고 할 수 있는 배울꺼리를 찾아보는 중입니다.
 

 홀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은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습니다. 응급실에 가야 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거나 취업을 준비할 때도 조언을 해줄 인연이 없습니다.

 학교라도 성실히 다니지 그랬냐는 말. 어렵더라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면 하늘이 돕는다는 말.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도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 부모가 포기했을 때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말은 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면서도 가장 듣기 힘든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어른보다는 또래를 만나서 고민하고 해결하고 또 나누게 됩니다. 또래들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병원에서 돈 많이 드는 검사를 맘대로 한다더라' 같은 정보에 입원치료를 회피하고, 적절한 법률적 조력을 받지 못하여 잘못보다도 더 큰 처벌을 감당해야 합니다.

 또한 '가방끈이 짧아서'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소외되고 넘치는 에스엔에스 정보에 연결되어 범죄와 관련된 일에 더 자주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홀로살이를 감당하고 살아가야 하는 홀로살이 청소년들이 코로나 강이라도 잘 건널 수 있도록 강 건너 이웃들의 공감이 좀 더 필요한 시절입니다.


강유홍 청소년sos공감행동 비지트 활동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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