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넘어야 사업 기반 …원주 35만으론 수익 창출 난항
정부·지자체 지원 필수적이지만 도내에선 관심 두는 곳 드물어

▲ 최근 서울에서 공유미용실이 탄생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한 공간에 여러 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곳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은 적지만, 미용실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수입이 많다. 원주에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공유미용실 운영이 어렵다. (사진: DB자료)

대한민국에서 치킨집보다 많은 곳, 바로 '미용실'이다. 전국 10만 개 동네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미용사는 16만 명에 달한다. 생계를 위해 여성의 진입이 쉬운 직업 중 하나가 미용사이기 때문이다.

헤어디자이너 최민지 씨도 20대의 봄날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최 씨는 "하루 근무시간이 오전11시부터 밤9시였어요. 근데 정해진 비율이 있어서 매출이 올라도 월급은 한정적이다 보니 창업은 엄두도 안 났고요."

오늘도 골목 속 미용실에는 수많은 '민지 씨'들의 고단한 하루가 있다. 미래의 병아리 원장들을 절망케 하는 한국 미용실의 구조적인 현실은 무엇일까? 높은 임대료와 창업비용, 수많은 미용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창업의 경우 열 집 중 두 집이 1년 안에 문을 닫고 있다. 민지 씨처럼 일하면서 돈을 모아 창업의 길을 개척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런데 서울에서 신개념의 미용실이 등장했다. 하나의 공간을 여러 원장이 같이 쓰며, 각자의 이름을 단 미용실이 생겨난 것. 큰 비용을 들여 모든 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어 예비창업자들로부터 눈도장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최근에서야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선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일감은 줄었어도 수익은 늘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공유경제는 유휴자원을 공유해 사회 공동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경제기조가 지속되면서 유휴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강원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25조6천억 원으로 평가됐다. 4년이 지난 지금은 40조 원으로 커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원주에서도 '쏘카'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는 관내 2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동킥보드 업체 피유엠피가 공유바이크 '씽씽'을 원주에 선보였다. 이 회사는 서울과 수원, 광주, 전주, 부산, 진주 등에서 8천여 대의 전동킥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 '씽씽'의 이용률은 코로나19 초기인 올해 2월과 비교해 300%나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에도 공유경제가 지역에서 활성화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청년 창업과 관련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 공유경제 상품인 공유오피스만 해도 민간 영역 진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창업지원 기관과 각 대학이 운영하는 인큐베이팅센터의 입주율이 100%에 가까워도 공유오피스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30대 예비청년창업자 A 씨는 "공유오피스는 물론 창업 시설이나 기자재를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지자체가 전국에서 늘고 있다"며 "하지만 강원도는 지원이 열악하고 관심도 적어 창업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대도시에 비해 인구가 적은 것도 공유경제 활성화가 어려운 부분이다. 강원연구원 백영미 부연구위원은 "서울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유경제가 확산한 것은 그만큼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인구가 받쳐줬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100만 명 이상 되어야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공유차량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이 주거지나 사무실로부터 3분 이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인구가 35만 명에 불과한 원주에서 적정 수익을 뽑아내려면 장기간의 사업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백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시대에 공유시장이 성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지방은 근본적으로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없는 한 공유경제 시장이 확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