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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원주남성의소대장

16년간 크고 작은 화재 진압…인명 못 구할 땐 가슴 피멍 최다니엘 기자l승인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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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원 원주남성의용소방대장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어디든!" 

올해도 어김없이 벌 쏘임 사고가 급증했다. 지난 7월 원주소방서에 접수된 벌집 제거 요청만 500건이 넘은 것. 처마 밑이나 옥상에 자리를 틀면 건장한 남자들도 섣불리 다가가기가 어렵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119다. 전화 한 통이면 벌집 제거를 직접 해주기 때문. 원주남성의용소방대가 이를 전담하고 있다.

이동원(52) 원주남성의용소방대장은 "소방관들이 벌집 제거 출동했을 때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며 "올해부터 벌집 제거 같은 생활민원은 원주남성의소대가 전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주남성의용소방대(이하 남성의소대)는 전염병 확산 방지 활동에도 열심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을 돌며 하루 두 차례씩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시설 등에서 방역 요청이 들어와도 곧바로 출동한다. 이렇게 남성의소대 대원 50명은 시민들의 크고 작은 불편사항을 가장 가까이서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의소대를 이끄는 사람은 이동원 대장이다. 그는 16년 전 지인의 권유로 의용소방대에 입문했다. 이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어김없이 현장에 출동한다. 작년 초 전통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현장에 그가 있었다.

이 대장은 "큰불을 잡는 것은 소방서 직원이 맡고 우리는 교통통제나 작은 불 정리에 힘쓴다"며 "전통시장 화재는 규모가 상당해 의소대도 물심양면 도왔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은 65㎜ 체강을 들고 현장에 뛰어든다. 

소방서 직원이 불을 끄는 관창수 역할을 맡고, 의소대원 서너 명이 호스를 붙들어 준다. 자칫 잘못해 이를 놓치기라도 하면 체강에 맞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호스 압력도 상당해 아나콘다가 먹이를 옥죄는 힘보다 크다고 한다.

이동원 대장은 "영화에 나오는 화재 모습이 실제로도 똑같이 발생한다"며 "시너(paint thinner)보다 화력이 센 불길을 잡으려고 현장에 투입될 땐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춘천 의암댐 수난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원주남성의소대가 활약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딴 대원이 많아 소양강 안팎에서 촘촘한 수색을 펼쳤던 것.

구조 보트를 투입해 21.6㎞에 달하는 강바닥과 하천 변을 샅샅이 훑고 돌아왔다. 그는 "대원들이 열심히 수색했는데 마지막 실종자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기진맥진한 몸 상태에도 더 수색해야 한다는 대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일도 여럿 경험했다. 5년 전 남한강에 사람이 빠졌는데 시신만 건져내야 했을 때, 중앙시장 화재 당시 물건 하나라도 건지려는 상인들을 (안전상) 제재해야 했을 때, 이 대장을 비롯한 대원들 모두가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세상 살면서 누군가가 쳐져 있을 때 같이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봉사"라며 "중앙시장 화재로 힘들어하는 상인들을 보면서 큰 위로가 되어주지 못해 많이 속상했다"고 말했다. 

잘못된 구습을 바로잡는 일에도 힘썼다. 의용소방대원들은 한 달에 4시간 이상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출석 명부에 이름만 적고 교육은 받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생계가 바쁘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

대원들의 자질 저하는 물론, 정부가 지급하는 교육 수당도 그렇게 낭비됐다. 이 대장은 "지금은 교육을 다 받은 후 출석 사인을 받는 형태로 진행한다"며 "전문 교육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습 위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장은 의용소방대 말고도 개운동민족통일협의회장, 개운동자율방범대원, 청량회(불교신도 자원봉사 모임) 회원, 나누리 봉사단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중·주말 모두 홀몸노인을 위한 식사 봉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2016년부터 맡아온 원주시자전거연맹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도 다른 봉사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가족들은 자기 일도 벅찰 텐데 봉사에 힘쓰는 그를 보고, 한편으론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이 대장은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해 스스로를 '불량아빠'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다 큰 자식들이 생업에 전념하고 남몰래 봉사활동에도 힘써 작게나마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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