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35) 단구초교 교사에게 마을은 삶을 배우는 현장이다. 마을과 연결된 모든 것이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가치이고, 이것을 알려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첫 발령을 받은 동해 묵호초교에서 한 학생을 만나면서다.

 모든 것이 불만이고 거칠었던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갔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4학년 아이가 2학년 아이에게 담배를 가르쳐주는 것을 본 목사님이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아이들과 마을을 같이 보게 됐다."

 6학년을 맡았는데 아이들과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친해지기 위해서였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마을이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마을은 이야기 곳간이었다. 그때부터 박 교사 교육에는 항상 '마을'이 있었다. 묵호초를 떠나 문막초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쳤다. 학예회 발표를 앞두고 공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과 동네 경로당을 찾아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르신들이 흥겨워하니 아이들은 자신감이 생겼다.

 교동초교에 오케스트라 초빙 교사로 옮겨와서 박 교사는 마을공동체와 마을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5년 댄싱카니발에는 6학년 전체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학교 단위로 댄싱카니발에 참여한 것은 최초였다. 6학년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뮤지컬을 만들었다.

 80명의 아이가 무대에 서는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과 댄싱카니발에 참여한 것도 지역 알기의 일환이었다. 원주대표 축제라고 하는데 구경꾼으로만 있기보다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게 해 주고 싶었다. 댄싱카니발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시민기획단에 참가했고 축제 아카데미에서 공부도 했다.

 교사가 아는 만큼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게 많았다. 이듬해에는 1학년 아이들과 편곡된 교가로 댄스를 만들어 참가했다. 묵호초교 오케스트라반도 창단했던 박 교사는 교동초교에서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버스킹을 하는 등 항상 아이들과 새로운 꿈을 꿨다. 2년 동안 농구 동아리를 운영해 전국 스포츠클럽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주말에도 아이들이 찾으면 아이들과 농구를 한 '놀 줄 아는 교사'였다.

 2017년 명륜동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도시재생아카데미에 참여했고 아이들과 마을 지도를 그렸다.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마을을 세 곳으로 나눠 다녀와서 소감을 나누고 아이들의 눈에 비친 마을을 표현했다. 이듬해에는 아이들과 마을 그림책을 기획했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역사를 찾고 사진을 찍어 아이들과 그림을 그렸다.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마을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경로당마다 거절했다. 아는 게 없다고 잘라 말하는 어르신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반 아이 할머니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역시나 손사래를 쳤다. 포기하지 않았다. 슈퍼마켓을 하는 아이 집을 틈날 때마다 들렸다. 껌 하나를 사더라도 슈퍼마켓을 찾아갔다.

 갈 때마다 아이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할머니께 말씀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 후 경로당을 찾아와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그림책 '너도 가봤니'가 완성됐다. 이후에도 원주시역사박물관에서 제작하는 반곡동, 단구동, 지정면 마을교재와 원주교육지원청 지역화 교재 '원주를 걷다'를 직접 집필했다. 아이들 의견을 묻고 아이들 입장에서 마을의 어떤 곳이 궁금할까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했다.

 지난해에는 원주시마을공동체사업으로 단구초교 아이들과 문화의 거리 역사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교사 연차가 쌓일수록 아이들의 시선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하루가 의미 있고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내 몫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많이 고민해야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는 박 교사.

 요즘 매일 유튜브 라이브로 수업을 진행하며 온라인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박 교사는 "교사의 삶의 태도가 바뀌면 수업이 바뀌고 아이들도 변한다"며 "매일의 삶을 고민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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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