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서식하는 식물과 새, 곤충, 물고기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진광중학교 박철우(49) 교사를 찾아가면 된다. 원주뿐 아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웬만한 식물, 조류, 곤충, 양서류, 물고기 등 모든 생태를 훤하게 꿰고 있다.

 국어 교사지만 생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생태박사'로 불리기도 한다. 박 교사의 컴퓨터 하드에는 본인도 모를 만큼 수백만 장의 생태 자료가 있다. 모두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다. 원주천은 물론 섬강, 서곡천 등 원주 하천은 물론 강원도, 전국을 다니며 연구하고 촬영한 것이다. 도감을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다.

 박 교사가 생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대학 4학년 때 안도현 시인의 '자작나무'라는 시를 읽고부터다. 자작나무의 생태를 모르고 읽었을 때는 문장의 의미 해석만 하게 됐는데 도서관에서 도감에 나온 자작나무의 특성을 알고 난 뒤 시를 다시 감상하니 남북통일을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때부터 도감은 박 교사의 가장 사랑하는 책이 됐다. 학생 때는 비싼 도감을 사서 보는 게 부담스러워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24년 전 진광중학교로 발령받은 뒤, 한 권 두 권씩 사기 시작해 지금은 도감만 50여 권이나 되고 생태 관련 책까지 합하면 100여 권도 훨씬 넘는다.

 이제는 눈에 띄는 조류, 파충류, 곤충, 식물을 누가 물어보면 척척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다. 원주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이기도 한 박 교사는 원주환경운동연합에서도 생태 전문가로 손꼽히며 최근에는 조류조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박 교사는 학교에서 생태 동아리도 맡고 있고 문학작품을 가르칠 때도 생태계를 같이 교육한다. 유리왕의 황조가에 꾀꼬리가 나오는데 황조가를 가르칠 때는 꾀꼬리가 예민한 새인 것과 암컷 수컷이 같이 날아다니면 번식기라는 것 등 생태적 특징을 알려준다.

 

▲ 박 교사가 2007년 청태산에서 촬영한 되솔새의 벙어리뻐꾸기 탁란.

 학생들은 꾀꼬리가 노란색이라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작품 속에서 왜 그런 표현을 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박 교사는 "학생들은 작품에 나오는 새나 동물 사진만 보여줘도 신기해한다. 생태를 알고 작품을 읽으면 훨씬 이해도 잘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가 본격적으로 지역 생태를 조사한 것은 14년 전부터다. 주말이나 시간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자연으로 나갔다. 보고 싶은 새가 있으면 생태를 조사한 다음 시기에 맞춰 찾아간다. 얼마 전에는 산여치를 보기 위해 함백산을 올랐다. 높은 산 풀밭에 서식하는 산여치는 몸길이가 2cm 정도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함백산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4번이나 정상까지 올랐는데 보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또다시 오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교사의 목표는 '만날 때까지'다.

 "보고 싶은 새나 곤충, 동물 버킷리스트가 있다. 버킷리스트를 정해 놓고 목표 달성을 할 때마다 하나씩 지워가는 행복이 크다. 올해는 잣까마귀를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서 봤다. 진짜 간절히 원하던 것을 보는 순간의 행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환하게 웃었다.

 생태조사를 하며 짜릿한 순간도 많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하루가 있다. 2007년 6월 9일이다. 청태산 휴양림에 학생들을 데리고 야영을 하러 갔었는데 작은새가 눈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새가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은 주변에 새끼가 있다는 의미다. 박 교사는 30분 동안 풀숲에 숨어서 새의 움직임을 살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탁란(다른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이었다. 우선 사진을 찍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국내 유명한 전문가에게 이메일로 문의를 해도 모두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6개월간 여기저기 의뢰하고 조사하다 결국 일본 쪽 조류연구소에서 답변이 왔는데 어미새는 되솔새였고 새끼새는 벙어리뻐꾸기였다. 지금도 박 교사의 휴대폰을 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사진은 그때 찍은 되솔새의 벙어리뻐꾸기 탁란이다.

 개구리 소리를 듣기만 해도 어떤 개구리인지 분별할 수 있다. 어느 날 밤 집에 들어갔는데 맹꽁이가 현관에 있었다. 풀숲을 돌려보낸 뒤 며칠 동안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맹꽁이를 찾으러 나섰다. 맹꽁이는 항상 땅 속에서만 살고 밤에 땅 위로 나와 포식 활동을 하는 특징이 있다.

 장마철에 물가에 모여 산란을 하는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는 수컷이 암컷을 유인해 산란시기 외에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며칠을 찾은 끝에 맹꽁이 성체를 찾았다. 이제 박 교사의 목표는 산란하는 모습을 찍는 것이다.

 생태 사진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와 수조, 뜰채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는 박 교사. 그의 차에는 언제라도 촬영을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 '달맞이꽃의 개화(ecochulwoo.tistory.com)' 블로그에는 그동안 박 교사가 관찰하며 정리한 생태 자료 일부가 잘 정리돼 있다.

 박 교사는 "건강한 자연은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가 개발하면서 생태계도 변화되고 있다. 특정 종이 많이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기반으로 나중에는 책을 발간하거나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