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찬희(89)·조흥상(85) 씨.

1구좌 당 1,004원. 적고 보잘 것 없는 금액처럼 보인다. 이 돈으로 누굴 도울 수 있을까 싶지만 수많은 1,004원이 쌓이고 쌓이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는 큰 보탬이 된다. 지난 18년 간 시민서로돕기 천사운동에 참여한 원주시민들이 보여준 힘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시민들이 서로 돕기 위해 시작한 천사운동은 매달 500여 명의 수혜자에게 13만 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479명의 수혜자에게 후원금 6천227만 원이 전달됐다. 수혜자 중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후원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는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천사운동 후원자로 나눔에 동참하는 강찬희(89)·조흥상(85) 씨다.

이들은 수혜자로 선정됐음에도 시민들로부터 받은 나눔의 손길을 또 다른 이웃에게 나누는 후원 방식으로 보답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천사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의 후원금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아흔을 앞둔 강찬희 어르신은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천사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마을 통장을 맡으면서 시작한 천사운동으로 지금까지 매월 1만 원 씩 뜻깊은 지출을 이어오고 있다. 신문을 통해 천사운동을 처음 알게 됐다는 강 옹은 후원 금액에 부담 없이 누구나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든 천사운동의 취지에 적극 공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10년 넘게 천사운동에 참여하던 강 옹은 지난해 말 수혜자로 선정됐다. 건강 악화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별다른 수입원 없이 노령연금으로만 생활해야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아내와 자녀들도 병원 신세를 자주 지게 되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수혜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천사운동 후원자이기도 하다. 천사후원금의 도움을 받는 처지에 놓였지만, 그 감사함을 천사운동에 꾸준히 동참하며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내 이애자(80) 씨는 "남편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매월 천사운동 후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챙긴다"며 "죽을때까지 천사운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육자 출신인 조흥상 어르신은 원주시민대상을 비롯해 수차례 우수표창을 받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에 앞장서 온 인물로 유명하다. 교육봉사를 시작으로 배식, 청소, 활동보조 등을 비롯해 여러 후원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는 2002년 천사운동 시작과 함께 후원활동에 참여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매달 1,004원으로도 기부할 수 있는 천사운동이 맘에 들어 200여 명의 후원자를 모아 함께 1 구좌씩 5년 간 후원하며 천사운동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정기적인 후원이 어려워 천사운동 참여를 중단하게 됐지만 크고 작은 후원활동에 끊임없이 참여했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생계유지를 하면서도 매년 연탄 300장을 기부했으며, 올해 초 코로나19 성금을 전달하는 등 나눔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4월 수혜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1구좌 후원을 시작했다. 조 씨는 "천사운동 후원금으로 큰 도움을 받으면서 나 역시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어 천사운동 후원을 다시 시작했다"며 "금액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천사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수혜자들이 점차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천사운동 후원참여가 다소 저조했다. 지난 7월 기준 6천661명이 천사운동 후원에 참여했으며, 후원금액은 5천268만원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