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시민들은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전화나 문자 세례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중의 하나였던 필자도 시민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홍보문자를 보내고 나면 순간에 수백 통의 문자, 전화 폭탄이 들어온다. 전화사용이나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래서 선거 등 공공분야부터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홍보문화가 개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법 현수막을 건 업주들을 대상으로 원주시에서 '영업을 방해하는' 성격의 전화가 활용된다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원주투데이 7월 20일자 보도에 의하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원주시 현장정비팀이 수거한 불법현수막은 1만2천개'였고,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은 수거된 불법현수막이 6천700여 개'로 4개월 전과 비교해 40.5%나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19로 불경기가 심화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원주시가 30개 통신회선을 임대해서 실시한 '불법 유동 광고물 자동전화안내서비스'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한다.

 불법 현수막에 게시된 전화번호로 처음 적발 시에는 자동전화안내를 통해 불법 유동 광고물임을 공지하고 자진철거를 유도한다고 한다. 이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30분 간격으로 자동전화를 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래도 철거하지 않으면 1분 간격으로 자동전화를 건다. 자동전화안내시스템은 불법 광고물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무차별 자동전화를 걸어 영업을 방해하는 것이다.

 현수막을 철거당한 업주들은 대부분 원주시민일 것이다. 공무원 입장에서 시민이 단지 불법행위를 했다고 판단이 되면 대응은 어떤 방법이라도 정당한 것인가. 물론 불법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건축과 소관으로 보이는데 건축과 소관 사무 가운데 불법 현수막 문제만을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것인가.

 개념상 위법(違法)은 "위법하다"  "위법이 아니다"만 판단할 수 있지만, 불법(不法)은 불법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큰 불법도 있고 작은 불법도 있고 사안에 따른 경중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에게 원주시 특정 지역을 지정해주면 어느 곳이라도 건축법 위반 사항을 수백 건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성격상 불법 현수막보다는 중한 불법일 것인데 대부분의 건축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비교적 단속이 느슨하다고 생각된다.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부쩍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화두에 오르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 선출직을 포함한 각급 공무원은 이해관계를 조정한다는 생각을 가져야지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통치나 행정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현수막 게시라는 (법률상 몇만 원의 과태벌에 해당하는) 경한 불법사항을 시정하기 위해서 원주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업무방해(형법314조)라는 중한 불법일 수도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행정이 과격해지면 만년 '을'일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사태로 파산 위기까지 몰린 소상공인들의 고단한 삶이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