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면 안창리에 위치한 유알컬쳐파크는 공연장 외에 카페와 펜션을 갖추고 있다.

 로마의 콜로세움, 나폴리의 카푸아, 베로나의 아레나극장은 음향 효과가 뛰어나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 이에 버금가는 곳이 원주에도 있다. 간현관광지에서 안창리 방면으로 6㎞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구불구불한 산 속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주할 수 있다. 깊은 산 속이라 일부러 찾아가야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 음향장비 없이도 모든 객석에서 동일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설계된 '사운드포커싱홀'

 소리가 가진 감동을 전하는 무대
 자연주의 건축가 이형호 대표에 의해 지어진 이곳은 원형 구조의 야외무대로 마이크나 음향장비 없이도 자연 그대로의 소리가 잘 전달된다. 산세의 품 안에 쏙 들어간 무대는 주변의 자연경관과도 조화롭고 시각과 청각 모두 오롯이 음악가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형호 대표의 '소리 건축'은 과학적 원리를 적용한 특허공법을 이용하여 소리가 잘 전달되는 것은 물론 무대에서 소리를 내는 음악가가 곧바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구의 지름, 1층과 2층의 프레임 간격, 각도 모든 것을 고려하여 소리를 전달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반사판과 무대 또한 소리가 초당 이동하는 속도인 340미터 간격으로 지어졌다. 이에 어느 자리에서든 일정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사판의 소재는 나무와 유리로 비교적 내추럴한데 소리의 흡수, 잔향과 증폭을 모두 고려하여 정교하게 지어졌다. 2층 좌석은 앉았을 때 관객의 귀 아래까지만 유리를 설치해 소리 전달에 각별한 건축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소리의 특성상 위로 올라가려는 경향이 있어 1층보다는 2층이 좀 더 부드러운 하모니를 감상하기에 최적이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소리 건축을 시작하게 된 데는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주로 이주하기 전 건축사무실이 서울 예술의전당 앞에 위치해 자연스레 음악과 건축의 연관성을 연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과 외국, 바닷가가 있는 마을 등 여러 곳에서 거주했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기분이었던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인연을 맺은 원주로 터를 옮겼다. 굳이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이유는 '소리 건축'에 있다 생각하고 유알컬쳐파크를 조성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세계 유일의 사운드포커싱홀은 음악가라면 모두 탐낼 만한 무대가 됐다.

 

▲ 유알컬쳐파크를 직접 만든 이형호 대표.

 복합문화공간 꿈꾸는 자연주의 건축가
 건축가의 길을 걷기 전 순수미술을 전공한 이형호 대표는 새로운 건축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시대를 이끄는 창작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고, 자연주의 건축과 소리 건축에서 해답을 찾았다. 대학 졸업반 때 원주 신림면 성남리에 '소롯길'을 건축한 것이 자연주의 건축가의 길을 걷게 하는 계기도 됐다. 고급스런 자재를 사용한 겉이 화려한 건축물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에서 한국 건축물의 정체성을 생각했다.

 이곳 역시 그러한 고민 끝에 완성되었으며 거울로 둘러싸인 외관은 언뜻 보면 나무숲에 숨겨진 모습이다. 구의 지름이 42미터로 크고 웅장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기에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신경 쓴 것이다. 그런데 거울로 외관을 마감하니 새들이 와서 부딪히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가지가 뾰족한 전나무를 심었다. 주차장의 옹벽도 혐오감을 주지 않으려 물구멍으로 쓰이는 곳에 비스듬히 진달래나무를 심었다. 차갑고 삭막한 벽이 덕분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됐다.

 사운드포커싱홀을 둘러싼 내부 공간은 카페와 실내 홀, 갤러리로 사용된다. 문화예술 세미나나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공간, 건축, 체험 등을 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공연장 대관은 공간 크기 및 인원에 따라 다르며 30만~400만 원 선이다. 바로 옆에는 소나무로 둘러싼 풀빌라 펜션도 마련돼 있다.

 펜션은 전 객실 독채형 구조로 개별 바비큐장이 있다. 수영장은 지하 200미터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 아무리 멋진 공간을 지어도 사람이 드나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한다.

 이 대표는 '자연주의 건축가'라는 수식어답게 이곳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도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 세계적인 음악가의 공연장이 되기도, 이곳에 방문한 일반인이 우연한 기회로 오르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카페는 기존 유알스위츠에서 '유알마인'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운영을 시작했다. 스페셜티 커피협회에서 인정한 최고급 원두만을 사용하며 첨가물이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차와 디저트를 선보인다. 카페 영업시간은 오전11시부터 밤9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 실내에서 바라본 공연장 모습.

 클래식음악, 춤이 어우러진 '유알아츠페스티벌'
 사운드포커싱홀을 통해 문화를 생산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맘껏 펼치고,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연스레 만나 교류하는 장이 되길 바라는 이형호 대표. 7월 4일부터 9월 5일까지 '유알아츠페스티벌'을 진행 중에 있다. (사)트러스트무용단 주최로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클래식음악, 춤, 연극 서커스 등 매주 다양한 문화예술 팀의 수준 높은 공연이 이뤄진다. 전석 무료이며 매주 토요일 저녁6시30분부터 1시간 진행된다. 공연 전에는 5~8세 어린이들을 위한 즉흥 춤 워크숍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 대표는 지역사회와 문화예술이 함께 가야 의미도, 발전도 있다 생각한다. 이에 현재 원주문화재단과 공연 관련 논의가 오가고 있다. 원주 뿐 아니라 지역을 넘어 많은 예술가들이 서는 무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겐 문화예술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곳이 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권진아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