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12시 경 부론면 노림리.남한강 물이 넘쳐 밭에 성인 한 명이 고립된 상황. 119구급대의 수난구조 전개 모습.

올해 강수량의 절반…구조·구급요청 쇄도
농작물 피해도 속출…부론면 일부는 수몰

지난달부터 이어진 집중 호우로 원주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토사 유출, 옹벽 붕괴, 도로 유실뿐만 아니라 농작물 피해도 읍면을 중심으로 다수 발생한 것. 기상청에서는 오는 11일경 장마가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10월 초까지 2~3개의 태풍이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돼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5일까지 원주 강수량은 323.5㎜였다. 이는 올해 전체 강수량 701.2㎜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올해 7월부터 지난 5일까지 36일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고작 8일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8월 들어선 30㎜ 안팎을 넘나드는 호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비로 원주소방서에는 구조 신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루 93.2㎜가 쏟아졌던 지난 2일에는 새벽부터 구조 신고가 빗발쳤다.

▲ 2일 오전11시 신림면 용암리. 축대가 내려 앉아 도로가 갈라졌다.

2~4일, 119 긴급구조 요청 30여 건
2일 새벽3시 소초면 흥양리 법문사 인근에서 6ｍ 석축 붕괴 신고가 접수됐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원주시와 경찰 관계자가 현장에 긴급 출동했다. 2일 새벽4시 신림면 황둔리 피오키오 숲 캠핑장 인근에 불어난 물로 차량진입로가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어린이 4명과 성인 6명이 긴급 대피했다.

오전8시7분 영원산성 계곡에 물이 불어 성인 3명과 아이 2명이 고립됐다. 아이들 건강상태까지 나빠져 구조대가 긴급 출동했다. 오전8시57분엔 지정면 점말마을에서 주민과 관광객 200여 명이 구조를 요청했다. 섬강 물이 불어 세월교가 물에 잠겼던 것. 우회도로 또한 계곡물이 넘쳐 무용지물이었다. 주민과 관광객은 물이 빠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2일 오전7시59분 신림면. 호우에 의한 산사태로 나무가 도로를 막은 상황.

오전11시47분 신림면 용암리에선 축대 붕괴 우려 상황이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대원은 현장 통행을 제한하고 주민을 대피시켰다. 오후 2시14분 간현 산내들펜션 인근엔 강이 범람해 성인 5명과 아이 5명이 고립됐다. 섬강 수위가 높아 구조 보트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우회로가 아니었다면 꼼짝달싹 못 하게 될 처지였다.

3일 오전 9시46분 호저면 신평수양관 인근에서 지반이 내려앉고 옹벽에 물이 고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니 산사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즉각적인 대피 활동이 벌어졌다. 4일 오후2시3분. 호저면 만종리 운전면시험장 앞 개천에 차가 빠져 119에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 4일 오후2시 호저면. 강물에 고립된 차량.

물이 찬 도로를 건너려다 승합차가 멈춘 상황. 구급대원이 출동해서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침수, 고립 등 안전사고 발생 시 당황하지 마시고 119로 신고를 부탁드린다"며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간 농작물 피해 접수 4.4㏊
농작물 피해도 속출했다. 낙과 피해는 물론 논·밭작물 침수 피해도 잇따른 것.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 접수된 농작물 피해 면적은 4.36㏊에 달했다. 특히 부론면 피해가 심각했다. 부론면은 원주 전체 농작물 피해 면적의 절반인 2.02㏊에서 호우 피해를 입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충주댐 방류로 남한강 하천 변에 재배한 농작물이 수몰됐다"며 "구조적인 문제로, 2년 전에도 큰 피해가 있었던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호우로 충주댐은 지난 3일 정오를 기해 수문을 개방했다. 초당 1천500톤에 달하는 물이 방류되자 부론에서는 오후4~5시경부터 남한강 수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하천 인근 논밭은 물론 작은 샛길까지 수몰됐다.

▲ 지난 3일 오후5시 경 수몰된 정산리 논·밭

부론면 정산리 신기영 씨는 "전날 충주댐 방류 계획을 문자로 보내줬지만, 하루 만에 모든 농작물을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았다"며 "나를 비롯해 동네 사람이 심은 콩, 깨, 호박 등이 모두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부론지역 주민들은 원주시가 수해 복구를 신속히 진행해야 다음 농사를 기약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과수 농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입은 과수 피해만 1.78㏊. 귀래면과 소초면, 행구동에서 복숭아 낙과가 다수 발생했다. 호저면과 부론면의 벼 피해도 0.67㏊에 달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종합해 대책 마련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재난지수에 따라 피해 보상이 이뤄질 텐데 보상금액이 적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원주시는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수해 농작물 보상을 할 계획이다. 대다수 농가가 재난지수 300~500 사이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경우 가구당 5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