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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투쟁으로 되찾은 캠프롱

캠프롱은 시민들이 에너지를 얻는 공간으로 변모되길 바란다. 늦게 온 땅이지만 가장 멋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l승인2020.07.27l수정2020.07.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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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롱, 우리 땅을 밟는다. 캠프롱에는 미국에서 온 미국나무, 미루나무가 있다. 박목월 시인의 흰구름,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이 친숙했던 동요를 중얼거리며 걷는다. 지금은 사라진 미루나무, 옛날에는 나무도시락, 상자, 옷장, 성냥 개피를 만들었고, 이 나무 가지를 구매하는 직업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던 나무였다. 미루나무는 또 4.27판문점선언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미군, 분단, 냉전, 평화가 떠오르는 나무이기도 한데 이 곳에서 만나니 여기는 원주 속의 작은 미국이었다.

 캠프롱 10만4천평, 우리나라에 두 개밖에 없는 원형교회, 폭격에도 견디게 설계된 숙소들과 컨벤션 센터, 의무대, 헬기장 등 190개의 건물과 시설물이 있다. 정문 경비실엔 3명의 미군병사 출입증이 책상 위에 먼지와 함께 그대로 뒹굴고 있어 미군이 철수 할 당시의 모습이 짐작되었다.

 이 땅을 찾는데 20년이 넘은 투쟁의 세월이 있었다. 1997년 오키나와를 방문하여 현지주민들이 미군기지로 인하여 겪고 있는 불행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민운동을 목격하였고, 당시 태장동, 가현동 일대에서 발생한 주민피해를 막기 위해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를 만들어 활동하였다.

 또한 예산감시운동이 활발하던 99년 12월, 미군이 원주시 지방세인 수돗세 1억2천만원을 미납하고 있다는 자료를 확인하여 2000년 4월 12일 캠프롱에서 첫 집회가 열렸다. 미납 수돗세 납부 촉구운동은 캠프롱 투쟁의 서막을 알려준 상징 같은 사건이었다.

 당시 이 투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2000년 8월 12일 미군으로부터 960만원만을 받아 내는 성과를 얻었고, 그해 12월 한미협상으로 불평등한 소파가 개정되었는데,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수도세, 전기세 공공요금 납부를 의무화하는 관련법을 개정하게 되었다.

 당시 캠프롱 첫 집회는 불법이었다. 원주경찰서 외사과는 미군부대 앞은 집회신고 대상이 아니라며 막아섰으나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불법집회를 시작하였고, 이후 헬기장 소음피해, 네 차례의 기름유출 사건으로 미군 측의 사과도 받아내면서, 근본적인 불평등한 소파개정 토요집회를 3년간 87차례 진행하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경적을 울려 준 시민들이 있었고, 고정배 신부님이 늘 함께 하셨다. 캠프롱 정문 앞에서 잠을 자고 노숙투쟁을 하면 시멘트 바닥의 찬 기운 때문에 아침엔 얼굴이 퉁퉁 붓기 일쑤였는데, 당시 한상철 시장님이 고맙게도 컨테이너를 농성장에 설치해 주셨다.

 우리 땅 캠프롱을 찾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하였다. 2004년 참여정부 때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 LPP에 따라 전국 54개 미군부대의 평택이전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캠프롱은 반환되더라도 1군사령부가 계속 사용한다는 결정이 발표되자 2004년 11월 원주미군기지반환범시민대책위를 결성하게 된다.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가장 큰 규모의 캠프롱 반환 범대위를 조직하여 투쟁하였고, 이 투쟁 끝에 2010년 6월, 캠프롱은 폐쇄되었다. 그러나여전히 미국정부가 한국에 반환하지 않고, 10년을 끌어 왔으며 원주시는 반환을 준비하기 위해 국방부와 국유재산관리 처분협약서를 체결, 국방부에 캠프롱 협약대금 655억을 선납하게 된다.

 기지폐쇄이후 10년간 미국정부가 캠프롱을 반환을 하지 않자 2019년 1월 다시 범대위를 결성해서 국방부 항의방문, 청와대 대통령접견,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원주간담회를 통해, 청와대 국가 안보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원주 캠프롱 캠프이글 반환을 최우선적으로 협상한다는 약속을 얻어내고, 2019년 12월 11일 미국정부로부터 캠프롱 반환 최종 결정을 얻게 되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캠프롱은 시민들이 에너지를 얻는 공간으로 변모되길 바란다. 지난 20년간 3차례 시민의견을 묻는 조사결과 시민들은 캠프롱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되길 기대하였다. 캠프롱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정, 주민, 공공미술, 시민운동 등 다양한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공간 활용에 관한 지혜를 모으고, 무상으로 받지 못한 대신 국가예산을 가져오는 다양한 토론을 끊임없이 가지면 좋을 것이다.

 또한, 어느 한 공간에는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원주시민들은 이 땅을 품기 위해 지난하게 노력했다는 기억의 공간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캠프롱, 늦게 온 땅이지만 가장 멋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자.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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