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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술만 마시면 엄마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특별기획: 제도적 지원 필요한 여성장애인의 출산과 양육 박수희 기자l승인2020.07.27l수정2020.07.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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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장애인 스스로 자녀를 키우기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홈헬퍼 서비스 등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장기 자녀 교육은 발달 과정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장과정마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 여성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 자녀의 경우,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더 심한 장애를 앓게 되고, 비장애 자녀 역시 잘못된 식습관이나 비위생적인 집안 환경에 노출되면서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의 자녀 양육을 그들의 책임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여성 장애인들은 자녀에 대해 높은 애정과 관심도를 보이면서도 양육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출산 후 양육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양육을 위한 지원책은 출산지원금 100만 원이 고작이다. 앞으로 지면에서는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장애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현실적 어려움과 양육 지원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지적장애 여성 자녀 양육 사례
②장애 유형별 자녀 양육 사례
③성년기 자녀 양육 사례 및 대안.

알코올 중독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야기는 지적장애 2급을 가진 장애인 어머니와 성인 자녀가 알코올중독을 앓으면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사례다. 어머니와 같은 장애를 가진 이정민(가명) 씨는 어머니의 잦은 술자리를 겪어오면서 그녀 또한 술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술자리는 주로 정민 씨 집에서 이뤄졌는데 모녀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남성들과 자주 모였다. 음식 솜씨가 좋다고 소문난 어머니 덕분에 이들 외에도 정민 씨 집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술을 마실 때마다 정민 씨에게 추근댔던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민 씨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보호시설에 입·퇴소를 반복하면서 술을 끊지 못했다. 이후에도 술자리에서는 정민 씨 동의 없이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정민 씨는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가도 아는 사이에 총각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취소하기도 했다.

어머니 또한 정민 씨가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계속 어울리면서 술자리를 이어갔다. 정민 씨의 음주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술을 마신 후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폭언을 하거나 폭행을 가해 어머니가 이웃집으로 도망가거나 앓아눕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모녀의 사정은 아파트 내에서 유명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정민 씨 모녀의 사례관리 담당자는 "알코올중독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정민 씨가 술자리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찍이 복지서비스가 개입해 정민 씨의 성교육과 어머니의 단주교육이 이뤄졌더라면 지금처럼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원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술자리가 자주 발생하는 주변환경을 정리하기 위해 모녀에게 이사를 권했다. 단주 의지를 내비친 모녀는 이사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지난 6월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다. 더 심한 알코올중독을 보인 정민 씨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어머니는 약물을  통한 치료를 진행하는 중이다. 새로운 이웃들이 있는 곳에서는 음주를 자제하고 주간센터 등을 꾸준히 이용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댄스를 배우고 싶고 예뻐지길 원하는 평범한 20대 정민 씨 역시 어머니와 함께 살날을 기다리며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퇴원 후에는 돈을 벌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홈헬퍼 도입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장애인의 출산과 양육 과정을 살펴봤다. 여성장애인들이 혼자서 자녀를 키우기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발생하며 이들에게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여성장애인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점은 경제적 지원에 이어 육아지원 서비스였다. 신체가 불편해서 또는 직장 생활 등으로 직접 돌보기 어려운 아이들의 케어가 지원되길 희망했다. 발달장애 부모의 경우에도 부모가 직접 하기 어려운 다양한 자녀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와 전라남도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홈헬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장애인에게 임신·출산·양육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만 9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장애인이 대상으로 자녀 나이에 따라 서비스 제공 시간이 상이하다.

서울시에서는 연간 140여 명이 홈헬퍼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홈헬퍼는 각 지자체마다 양성하는데 자체 교육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95명의 홈헬퍼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홈헬퍼에 대한 개선 요구도 뒤따른다. 수요는 많지만 예산 부족으로 혜택 받는 여성들이 적다는 것이다. 수급자 등 저소득 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해 직장인 여성들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만 홈헬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장애인가정으로 확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지난해 조례 제정을 통해 남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가정으로 지원을 확대했다.

원주에서도 몇 년 전까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양육서비스가 지원됐으나 예산에 비해 소수인원만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지원 사업을 중단했다. 따라서 원주에서는 출산장려금 100만 원 외에는 여성장애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 이현귀 원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홈헬퍼 서비스는 적은 인원이 지원받더라도 여성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라며 "여성장애인에서 확대해 장애인 가족들의 양육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지원 사업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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