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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누리는 의사소통의 권리

최경순 상지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l승인2020.07.20l수정2020.07.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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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무모한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박사 친구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호언장담에 유럽 비행기표를 선뜻 결재했는데 여행을 책임진다던 친구는 개인사로 인하여 함께 할 수 없었다. 제주도 한 번 밟아 보지 못한 여행불능자의 한 달 가까운 해외여행은 고행이자 전투였다. 두려움에 압도되어 경치를 감상할 틈도 없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이었다. 짧은 영어와 몸짓으로 간신히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빠르고 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장실 한 번 제대로 찾지 못하여 허둥대며 불안해 했었다. 이때 구원처럼 다양한 상징(symbol)과 사인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공원, 미술관, 유적지에서도 간단한 상징을 붙여 장소나 대상의 의미와 용도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내면서 여유가 생기자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사인판, 상징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나는 간단한 상징(symbol)과 의사소통 그림판 덕분에 소통의 용기를 얻게 되었고, 비로소 두려운 전투가 온전한 여행으로 바뀔 수 있었다.

 언어치료학과 신입생들이 처음 접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은 인간 삶의 본질이다. 모든 사람은 가능한 최대한으로 의사소통할 권리가 있으며, 어느 누구도 이러한 권리를 침해당해서는 안된다.

 원주에는 1만9천여 명의 장애인이 살고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 속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상호작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결국 독립적인 사회참여에 장벽이 되어, 사회에서 고립된 채 각자의 골방에 갇히게 된다. 또한 의사소통의 약자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될 수 있다.

 보완대체의사소통(이하 AAC)이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언어 표현 및 이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모든 대상자들에게 그림, 상징, 또는 기호, 몸짓과 같은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과 달리 아직까지 우리는 AAC를 통한 의사소통이 낮설고, 보편화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행인 것은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AAC 마을을 조성하여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가진 이들과 사회속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최근, 발달장애통합지원센터 'AAC이해와 활용' 부모교육을 실시했는데  원주에서도 장애인 의사소통과 독립적인 사회참여 바람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내에서 AAC 활용을 위해서는 학부모, 관련전문가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장애인들이 골방에서 나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다 폭넓은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AAC보급과 함께 지역주민 인식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지역주민 누구든, 장애인이 갑자기 보여주는 AAC 그림이나 상징을 보고 당황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그들의 의사소통 표현을 잠시만 기다려주고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케어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원주도 AAC를 통하여 장애인과 함께 의사소통의 권리를 실천하고 다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 마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하여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내 AAC 보급과 교육을 위하여 상지대 언어치료학과 학생들과 함께 앞장서서 노력할 계획이다.


최경순 상지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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