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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는 밤새 두 팔을 실로 묶고 잔다"

특별기획: 제도적 지원 필요한 여성장애인의 출산과 양육 박수희 기자l승인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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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아인 부부들은 자는 동안 자녀의 인기척을 느끼기 위해 서로 팔에 실을 묶고 잔다.

성장기 자녀 교육은 발달 과정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장과정마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 여성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 자녀의 경우,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더 심한 장애를 앓게 되고, 비장애 자녀 역시 잘못된 식습관이나 비위생적인 집안 환경에 노출되면서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의 자녀 양육을 그들의 책임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여성 장애인들은 자녀에 대해 높은 애정과 관심도를 보이면서도 양육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출산 후 양육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양육을 위한 지원책은 출산지원금 100만 원이 고작이다. 앞으로 지면에서는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장애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현실적 어려움과 양육 지원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지적장애 여성 자녀 양육 사례
②장애 유형별 자녀 양육 사례
③성년기 자녀 양육 사례 및 대안

청각장애
부모 장애 이해 교육 아쉬워
전문정보 제공 상담인력 필요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아인들은 어린 자녀에게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영유아 자녀를 밤새 돌보기 위해 부부가 잠들지 못한 채 번갈아가며 아이를 지켜본다. 하지만 혼자 아이를 봐야 하는 여성 장애인들은 아이 팔과 자신의 팔을 끈으로 연결해 묶어 아이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갓 태어난 아이를 직접 키워온 농아인들은 아이가 말을 배울 시기가 되면 대부분 양가 부모님에게 맡긴다. 부모의 말소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터득하는 과정이 농아인 부모와는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이 양육 주도권을 농아인 부부가 갖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는 소통의 어려움이 따른다. 강원도농아인협회에서 농인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인터뷰에서도 이러한 고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춘기를 겪는 자녀들은  소극적이거나, 부모의 장애에 대해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서 갈등이 심화된다. 외국에서는 농아인 부부가 농아인 자녀를 낳을 경우 축복이라고 일컫는다.

서로 제1언어인 수어로 소통하며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통이 어려운 농아인 부모와 청인 자녀는 소통 부재에 따른 갈등이 지속된다. 이들은 자녀들을 대상으로 부모의 장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마련된다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부모의 장애를 받아들이며 유연한 사춘기 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들은 기본적인 육아 정보에 대한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양육 방법이나 자녀 고민 등이 있어도 청인 위주의 교육이나 상담이 이뤄지고 있어 이들에게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전문적인 육아 지식과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상담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시각장애
장애인 부부 사교육 의존 높아
놀이·학습 지원사 서비스 요청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린 시각장애인 부부는 양육에 앞서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장애인 대부분이 취업에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의 취업 문턱은 더욱 좁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안마사가 거의 유일하다. 최근에는 안마시술소가 차츰 없어지는 추세여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바우처 서비스 사업이나 기업에서 직원 복지를 위해 고용하는 헬스 키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을 벗어난 중·소도시에서는 그마저도 일자리를 갖기 쉽지 않다. 

이현경(가명) 씨 부부는 안마사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바우처 기관에서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씨 남편은 올해 들어 수입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바우처 서비스를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헬스 키퍼로 근무하며 일정한 월급을 받는 이 씨의 수입이 네 가족의 고정 수입원이 됐다.

슬하에 7·9살 두 자녀를 둔 이 씨의 요즘 최대 고민은 아이들 교육이다. 지난해까지는 학원을 함께 보냈지만 올해 남편 수입이 줄면서 학습지로 전환해서 공부를 지원하고 있다. 자녀 공부를 직접 봐줄 수 없는 장애인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더욱 걱정이 많기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

사교육 외에도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소소한 배움을 가르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말이 트일 무렵 책 읽어주기, 자전거 타기부터 학교 준비물과 숙제 점검 등은 부부가 직접 챙기기  힘든 일들이다. 이 씨는 "생활지원사처럼 아이들의 놀이나 학습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장애인 부부가 채워주지 못한 돌봄 부분들을 지원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낳자마자 친정부모 도움 의존
자녀 위한 돌봄시설 확충 필요

뇌병변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 김준금(가명) 씨는 자녀와 16년 째 떨어져 살고 있다. 아이를 낳고 8개월 만에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장애를 갖게 되자 직접 양육이 힘들어 지금까지 친정부모님이 아이를 키워주고 계신다. 장애 판정 후 남편과도 이혼하게 되면서 김 씨가 제 몸 돌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인 김 씨는 매월 지원받는 80만 원의 수급비에서 부모님께 아이 양육 수당으로 20만 원을 드리고 나머지 금액으로 병원을 다니며 생활한다. 김 씨는 아이가 점점 크면서 데려와 같이 살고 싶지만 경제 활동이 힘든 상황에서 수급비로 두 사람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기에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

내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딸아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정부에서 수급자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교육지원금이 올해 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김 씨는 "장애인 대부분이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데도 장애인 자녀를 위한 교육지원금은 없다"며 "상급 학교에 진학할수록 교육 공백으로 친구들과 격차가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친정부모님이 계셨기에 아이를 맡겼지만 만약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충분했다면 직접 양육하길 바랐다. 하지만 김 씨가 이용하는 생활지원사 서비스는 장애인 당사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양육 지원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김 씨는 "장애인들이 직접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돌봄 서비스나 돌봄시설이 더 확대되야 한다"며 "또한, 정보에 취약한 장애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 서비스를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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