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근본에 따라 거기에 걸 맞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선한 의도로, 대의를 위해 시작한 일이면 거기에 걸 맞는 결실을 맺을 것이고 사사로운 이익이나 대중의 인기에 편승해 임시방편으로 정한 의사 결정에는 역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로도 확장할 수 있다.

 몇 달 전 강원도청 참모진은 마스크 대란 속에 '정책 방향'을 정하고 행하는데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지난 1월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도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는 즉각 대책반을 구성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때 도와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의 자치정부와 도내 수출기업의 현지 법인 등에서 구호 요청이 왔다. 안휘성의 경우 중국 최초 발생지인 후베이성과 근접해 당시 확진자가 200명을 상회하며 의료진 방호복은 물론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 물품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긴박한 목소리였다.

 이에 지휘부는 즉각 지원 결정을 하고 도내에서 생산하는 마스크 약 30만 장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착수했다. 결과적으로 마스크 값 폭등과 계약업체의 회피 등 다양한 이유로 당초 2월 10일까지 지원하려던 계획은 3월 25일에야 23만장 지원으로 종료가 됐다.

 도내에는 2월 22일 밤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 물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도는 물품 생산업체에 공무원을 파견해 마스크 제작을 독려했고, 원단 확보 등 행·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에 마스크 부족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언론에서 도가 시행한 방역물품의 중국 지원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나왔다. 때마침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도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비서실을 비롯해 도청이 마비됐다.

 한마디로 "왜 중국에 마스크를 퍼주었냐"는 것이다. 시간 흐름과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항변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아쉬움도 큰 비판이었지만 반박이나 해명 대신 강원도청 지휘부와 참모들에게는 도민들의 안전과 안정을 되찾게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2월 29일 전국적으로 방역 물품 수급에 문제가 될 무렵 도청 참모진의 긴급회의가 열렸다. 제한된 마스크 생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됐다. "공장이 아닌 곳에서 제작이 가능한가? 원단과 KF95 휠터는 구할 수 있는가? 그럼 누가 만드나?" 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최종적으로 도에서 긴급으로 예산 3억 원을 지원하고, 18개 시·군 자원봉사센터에서 도민들이 직접 제작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는 원주를 비롯한 18개 시·군 자원봉사센터에 연인원 1만4천여 명의 도민들이 참여했고, 마스크와 교환 필터까지 총 125만 장 분량의 마스크를 도민들이 직접 만들어 취약계층, 운수 종사자 등에게 무료로 배부됐다.

 강원도의 자체 노력에 더해 전국적으로 마스크 공급이 안정되면서 비난 여론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우리의 도움을 받은 중국 자치정부에서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편지와 함께 우리가 보낸 물품의 5배가 넘는 방역물품을 보내왔다. 지면을 빌어 중국 자치정부에 감사함을 표하며,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준 수많은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필자는 그동안 정치 활동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반복해왔다. 그 결정의 바탕은 도민의 관점이며 반드시 도민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정성껏 준비한 콩을 심고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쟁기를 놓지 않는다면 결국엔 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좋은 콩을 얻을 것이다. 정책 방향을 정하는데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구자열 강원도지사 비서실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