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인권사무소는 지난 15일 '재난 상황 장애인 차별 토론회'를 온라인 중계로 진행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2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 차별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난 상황 시 장애인 격리 조치와 교육권 보장, 시설 거주 장애인의 안전 보장 등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차별·불평등 드러낸 코로나19, 국가 재난 상황의 장애인 차별 실태 점검한다!'를 주제로 지난 15일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 강원인권사무소, 강원도, (사)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강원도장애인부모연대가 공동 주최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중계로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의 장애인 차별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언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5년 전 매르스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의 문제점 인식 부족으로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지역사회 비장애인 중산층에 맞추어진 매뉴얼을 장애인에게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서 이러한 차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장애인들의 어려운 점으로 ▷질병관리본부 수어통역 제공 문제(브리핑, 1339 상담전화, 선별진료소) ▷장애인 이동지원문제 ▷자가격리 시 일상생활지원 및 부적절한 생활물품 전달 문제 ▷격리시설 내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공공마스크 구입과정에서의 차별 등을 지적했다. 

최지원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토론자로 참여해 코로나 시대 장애인의 삶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최 씨는 "이용시설 휴원이 길어지면서 활동지원 선생님과 24시간 집에서만 보내게 되자 심한 우울감을 느꼈다"며 "이미 노동권, 생활권, 이동권에서 배제된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에게 코로나19 사태로 느끼게 되는 우울감은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 예방을 이유로 활동지원 서비스, 장애인야학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 장애유형에 맞는 코로나 대처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혜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원주지회장은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긴급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들의 돌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된 상황을 전했다. 박 회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복지관과 지역사회 이용시설,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한 순간에 중단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며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를 위한 유급휴가 신청 제도가 있었듯이 가족 중 장애인을 부양하는 보호자에게도 유급휴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난상황 시 장애학생 교육을 위한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안영수 강원도속초양양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행해진 온라인개학을 포함한 많은 시도 중 장애학생을 고려한 정책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라며 "특히 온라인 학습의 가장 큰 문제는 발달장애 학생 대부분이 스스로 자기주도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로 '콘텐츠의 부재'를 지적했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장애 학생들을 위한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 특수 교사들이 직접 웹서핑하거나 손수 제작하면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사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이 내실 있게 연구되고 개발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늘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더 이상 일선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강원도협회장은 시설 거주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로 인한 인권 침해와, 장애인시설에 대한왜곡된 시선, 종사자의 자유와 노동권 침해 등을 지적했다.